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글로벌 금리인상

[송현칼럼] 글로벌 금리인상 손성원 LA 한미은행장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오르게 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들은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왔다. 그러나 얼마나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미국기업의 제품 가격인상 이유는 다양하다. 원유나 철강 등과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지난 2001년의 침체기로부터 벗어나 회복의 초기 단계로 진입할 당시에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후 5년이 지난 지금에는 고유가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은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부유층과 심지어 중산층도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고급 호텔이나 차량과 같은 사치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활용품과 숙박시설, 기계류, 종이, 전기제품, 화학제품, 민간 항공우주 사업, 동산ㆍ사망보험 등에 대한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그러한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모든 업체들이 이렇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구나 휴대폰, 일부 가전제품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가격인상 여력이 부족하게 된 가장 주된 원인은 아시아와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증가와 생산력이 둔화되기 전까지 많은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FRB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세울 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를 따라가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자가용을 몰거나, 집 난방을 하거나,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이런 정책 운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래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유는 플라스틱 장난감부터 의약품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제조하는 데 있어 주된 공급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과 핵심 물가의 접합 부분은 임금인상의 톱니바퀴와 맞물려 있다. 70년대에 원유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당시에는 노동조합들이 유가상승분을 상쇄할 만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인플레이션 심리'가 존재했다. 임금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가격인상에 나섰고 이런 현상이 맞물려 일어나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지게 됐다. 최근의 유가급등은 그러나 이런 현상을 촉발시키지 않고 있다. 임금은 점진적 수준으로 오르고 있으며 노조들이 유가상승에 따른 피해를 덜기 위해 임금을 올려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과거에는 존재했던 '인플레이션 심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십년이 흐른 후 침체기가 지속되고 외국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노조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가가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하는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믿지 않게 됐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임금-물가 동반상승 현상은 이제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됐다. 노동비용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2를 차지하기 때문에 급격한 물가인상도 가능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일본ㆍ독일 등에서도 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금리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과거처럼 물가인상에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면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 과거 수많은 경기후퇴 현상에 대한 책임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지나친 대응으로 빚어졌다. 따라서 많은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비교해 금리를 적정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과거처럼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은행들은 부실채권 정리작업에 성공했고 경제는 순항 중이다. 미국의 FRB도 12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고 금리인상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초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경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입력시간 : 2005/11/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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