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택금융 선진화를 기대하며

지난 2일부터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체계 선진화 방안‘이 본격 시행되고 있다. 이 방안은 그동안 금융감독 당국 및 은행권간의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는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체계를 담보 위주에서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전환시켜 가계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가수요를 억제해 향후 주택금융시장 및 주택시장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방안의 시행에 따라 현재 은행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고 대출 한도를 산정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외에 소득 대비 부채 비율, 신용평가등급 등을 고려해 차주별 대출 한도를 산정하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금리부 대출이나 분할상환대출인 경우 대출 한도를 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여신심사 방식은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으며 우리의 경우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그동안의 가계대출 취급 관행을 바꿔놓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급속도로 악화돼 가계대출의 부실과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급등이 추후 부동산 가격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을 유발한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발표했고 이번 방안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채무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 시스템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기본 틀을 개편하는 획기적인 조치로서 향후 주택금융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주택담보대출 심사에서 채무자의 부채상환능력을 중시해 은행권 여신심사체계와 대출 위험 부담의 근본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기존의 담보 위주 대출은 담보물의 가치 하락에 따라 대출 위험이 증가하나 채무상환능력에 따른 대출은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차입자의 상환능력이 유지돼 대출 부실 증가를 선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심사시 담보주택 가치를 너무 중시해 주택 가격 하락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됐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과거 경험을 보면 담보주택 가치에 과도하게 의존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가격 하락시에 차입자의 상환 불능으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과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을 유발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시에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보다 중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인한 파장도 채무상환능력 심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은행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채무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체계는 우리나라 주택금융의 선진화를 촉진하고 주택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초과한 주택담보대출을 방지해 투기적인 주택거래와 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억제해 주택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초과한 주택담보대출은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기적인 주택 거래를 촉진하고 주택 가격 하락시에는 주택의 급매도를 유발해 주택 가격의 급등락이 초래된다. 따라서 이번 선진화 방안은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 거래를 촉진함으로써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정책 변화로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조달과 서민들의 주택구입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런데 시행 중인 선진화 방안은 자영업자, 영세창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긴급 생활안정자금대출 등 서민들을 배려해 주택 관련 대출심사의 융통성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의 투기 목적이 아닌 주택자금 조달은 큰 변화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과거의 은행권 주택금융 억제를 위한 조치와 달리 이번 선진화 방안은 주택담보대출의 선진화를 촉진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여신심사체계 선진화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선진화와 함께 추진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 주택금융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와 선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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