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600)의 최대주주(8.64%)로 부상한 외국계 투자사인 크레스트 씨큐러티즈가 8일 SK측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문 목적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크레스트의 SK방문을 계기로 크레스트측의 주식매집 배경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일 SK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레스트측 관계자들은 대리인인 도이치증권과 함께 8일 오후 5시께 SK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투자자의 경우 지분율 5% 이상을 확보하면 해당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통상적인 사항이지만 SK글로벌 사태 이후 SK그룹의 경영권 약화와 베일에 가린 크레스트측의 지분매입 배경 등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이날 크레스트 측으로 추정되는 118만주 가량의 외국인 매수주문이 삼성증권 창구로 유입돼 크레스트의 지분율 확대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주고 있다.
◇크레스트측, 왜 SK 방문하나= 시장 전문가들은 크레스트가 이번 SK 방문을 통해 자신들의 투자 목적을 밝힐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주식 매집이 완료된 이후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SK 측에 기업방문을 통보했다는 점에서 크레스트 측은 자신들의 투자 목적을 감추기보다는 투자한 배경을 분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크레스트의 이번 주식 매집 목적을 크게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보유 주식을 되 파는 것)
▲적대적 인수ㆍ합병
▲단순 투자 등 세가지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이 무게를 두는 쪽은 그린메일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 SK그룹이 보유중인 지분 구조상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 C&C(8.49%), SK케미칼(2.22%), SK건설(2.23%), 자사주(10.24%)등을 포함하면 SK 측의 SK㈜ 공식지분은 24%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과거 한차례 그린메일의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99년 중반 SK텔레콤 지분 25.12%를 보유하고 있던 SK그룹은 15%대의 지분(우호지분 포함)을 가졌던 3대 주주 타이거펀드와 유상증자문제 등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다가 결국 타이거 펀드측 요구에 따라 9.5%(790만주)를 계열사를 통해 9,800억원에 사주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SK글로벌 여파로 SK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이번 크레스트의 주식 매입은 단순 투자일 수도 있지만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를 타깃으로 했다는 것은 단순 투자 이상의 목적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 대책 마련 부심=SK는 1대 주주로 올라선 크레스트 씨큐러티즈의 주식 매집 배경파악 및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SK는 특히 크레스트 측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자사주 매입, SK글로벌의 해외 파킹 주식의 우호지분 매각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크레스트측이 그린메일을 요구하더라도 프리미엄을 주고 되살 의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SK의 고위임원은 “크레스트가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매집했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크레스트 측이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할 때 이를 수용하겠지만 다른 목적이 있다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SK(14.59%)와 SK증권(14.63%)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SK그룹 계열사주들이 대부분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홍병문기자, 손철기자, 김상용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