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弱달러 내년까지 갈 듯

미국 달러 하락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최근의 달러 급락에도 불구, 무역수지 적자폭은 늘어나고, 디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쪽으로 달러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3월 무역적자는 434억 달러로 2월의 403억 달러에 비해 7.6% 급증했다.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에도 불구,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연말에 가야 좁혀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ABC 방송에 출연, “달러 약세로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다”고 밝혀 미국이 달러 약세 용인정책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했었다. 스노 장관 발언 후 백악관과 재무부는 달러 강세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은 국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물가 상승요인을 수입,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세계경제연구원(IIE) 소장은 뉴욕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약세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달러 절하의 적기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게는 자국 통화 강세로 디플레이션 가능성 확대,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달러는 37개 주요통화에 대해 올들어 2.7%, 2001년 7월 저점 대비 6.4% 하락한데 비해 유로화에 대해선 올들어 9%, 2001년 대비 27% 하락, 유럽 국가들이 달러 하락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볼보ㆍ폭스바겐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올 1ㆍ4분기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80년대말 달러 절하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 경쟁업체의 진출을 견제한 전례가 지금 유럽 제조업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 하락의 근본 이유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달러표시 자금이 대거 유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에서 유로로 전환된 자금이 7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유럽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 따른 자금난 해소를 위해 달러 표시 외화자산을 매각하고, 아랍계 자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선 미국 제조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 용인 정책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얼마나 강력하게 달러 약세에 항의할 것인지, 일본이 얼마나 많은 외환보유액을 뿌려 시장에 개입할 것인지에 따라 달러 하락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유럽 중심국인 프랑스와 독일에 경제보복을 다짐한 만큼 이들 국가의 항의를 순순히 받아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올들어 200억 달러의 보유외환을 쏟아 부었다. 전문가들은 오는 1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에서 달러 약세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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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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