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4 선택' 이후] 박원순 "앞으로 할일 많아질 것"… '큰 그림' 그리기 광폭행보 예고

■ 당선후 첫 출근 동행 취재

복지 치중한 1기 시정 탈피

경제 살리기 보폭 확대로 또 다른 도전 기반조성 나설 듯

MICE 단지 조성 프로젝트 등 17조 달하는 재원확보는 숙제

"다시 함께 신나게 일해 봅시다."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시청사로 다시 출근하면서 던진 일성이다. 박 시장은 시청사 로비에 마중 나와 있던 직원들에게 농담조로 "나 없을 때 좀 쉬셨지요"라고 묻고는 "제가 다시 왔으니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 질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강행군을 예고했다. 박 시장은 "1기 시정에서 쌓아온 여러분과의 팀워크를 믿는다"며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박 시장의 귀환을 반겼다. 직원들은 서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거나 박 시장과 팔짱을 끼고 셀카를 찍으며 비명을 질러대는 등 박 시장의 인기는 아이돌그룹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박 시장은 직원들을 기억하며 "얼굴이 더 좋아졌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2년 8개월 전 시민단체 출신으로는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 시장은 첫 일성으로 "얼떨떨하고 낯선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당시 박 시장은 다소 어색해 하는 공무원들에게 "여러분은 제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자신에게 제기됐던 색깔론을 의식해 "저한테 뿔 달린 거 아니죠"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재선을 계기로 180도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선거기간) 3주 남짓이 정말 긴 시간 같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시정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1기 때는 시민운동가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4만7,000여명의 공무원 조직을 이끄는 안정적인 행정가로서의 색깔이 확연히 강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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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를 여는 박 시장은 기존 복지공약에 이어 안전공약을 더하며 시정의 크고 작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년여간 시정을 펴면서 자신이 직접 발표한 굵직한 공약만 50개가 넘는다. 그는 "시즌 1에서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지금부터는 그것을 자리잡게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거 이전에도 "지금까지 발표한 마스터플랜이 결실을 보려면 4년이 더 필요하다"며 강력한 재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가 다시 시장직으로 돌아오면서 2조원이 투입되는 노후 서울지하철 교체와 안심주택 8만가구 공급, 경전철 사업 조기 추진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즌1은 토대를 닦는 것이었다면 시즌2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2에서는 복지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대규모 경제공약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강남 한전부지 이전 자리에 대규모 마이스(MICE·전시컨벤션산업)단지 조성계획이라든가, 도시재생기금 2조원 조성을 통한 도시재생사업 추진, 구로·가산 등 5대 창조경제거점 조성, 시장 직속 일자리위원회 신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추진 등은 서울의 경제활력을 되찾도록 하는 큰 프로젝트들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성공하면 시민운동가라는 틀에 갇혀 있던 박 시장은 국가지도자 급으로 급격히 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산확보 우려에 대해 박 시장은 "시정 1기 때 채무를 3조원 이상 감축하면서 2기부터는 채무 감축 부담 없이 박원순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시즌1 때는 채무감축을 하느라 대규모 프로젝트는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2기 때부터는 재정을 풀어서라도 서울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여전히 17조원에 달하는 재정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박 시장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실·국장이 참석한 여름철 풍수해 대책 회의를 열면서 안전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서울광장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들러 참배했다. 박 시장은 현충원 방명록에는 '첫 마음 그대로'라고 적었다. 시즌 1 때와 같은 초지일관 심정으로 시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로 읽히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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