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 이슈 분석] 산으로 가는 건설 구조조정

보증에 발목잡혀 수주·자금난… 회생 불능 늪으로<br>금융권 주도 워크아웃 20여 기업 중 졸업 2곳 불과<br>채권 회수 급급·신규사업 제한이 오히려 위기 불러<br>수익 날 수 있도록 산업 정책 측면 회생책 마련해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기업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업을 해 돈을 벌어야 기업이 살아가는데 보증 문제 등으로 수주를 못하니 직원들도 희망을 버린 상황입니다."

MB정부가 지난 4년여간 진행한 건설업계 구조조정은 작업은 결국 실패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퇴출돼야 하는 업체들은 퇴출시키고 살릴 수 있는 업체는 살리겠다는 것이 지난 정부의 의도였지만 현실은 회생 가능한 업체들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후 오히려 회생 불가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워크아웃 건설사 관계자는 "구조조정 작업 전에 회사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무너질 회사는 아니었다"며 "현재 정상적인 사업도 못하면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을 보면 결국 4년간 퇴출 시기를 지연시켰던 것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크아웃 4년… 정상화 업체는 2곳뿐=28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였던 건설사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진행한 업체는 총 38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업체는 법정관리 15곳과 워크아웃 13곳 등 28개 업체며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졸업한 업체는 9곳이다.

정상화 업체 비중 24%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대상을 정부가 주도해 신용평가를 거쳐 워크아웃에 돌입한 업체로 한정한다면 20여개 기업 중 경남기업과 이수건설만이 구조조정을 무사히 마쳤다. 반면 나머지 6개 업체는 정부와 금융권 주도의 워크아웃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거쳐 정상화가 완료됐다. 한 곳은 파산했다.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건설업체 구조조정이 실효가 없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건설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는 금융권이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등 전혀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많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제 역할 못하는 정부ㆍ은행=건설사들의 구조조정이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역설적으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쌍용건설의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쌍용건설은 수 차례에 걸친 매각 작업이 실패하면서 드러난 유동성 위기로 3월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하지만 기존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KAMCO)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전환사채(CB)로 전환해달라는 채권단의 요청을 거부하자 주요 채권은행들도 쌍용건설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3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지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지만 일부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주장하는 상황.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이 채권단에 쌍용건설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인 캠코도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마당에 은행들이 먼저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살려야 하는 기업이라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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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역시 건설업계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 지금껏 건설사를 정상화시키려는 의도보다는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를 이유로 신규사업을 극도로 제한한 것은 구조조정 작업을 꼬이게 한 원인이라고 비판 받는다. 실제로 200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한 건설사의 경우 4년 동안 단 한 건의 신규 주택사업도 진행하지 못했다. 분양시장 상황이 좋았던 대구ㆍ부산 등의 알짜부지는 대부분 팔아치웠고 수도권의 대규모 택지 역시 채권단의 요구대로 매물로 내놓은 채 시간만 허비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금융권이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회생 가능성이 충분한 건설사들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건설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던 쌍용건설의 경우 워크아웃을 통한 지원이 지연되면서 신규 수주는 물론 기존 수주 공사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쌍용건설은 총 4억2,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공사를 수주했으며 사전심사를 통과한 공사만도 수 조원에 달한다.

◇산업정책 측면의 가이드라인 마련돼야=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채권단에게만 건설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정부가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은 건설업이 어떻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건설업체 구조조정에 관한) 정부의 가이드 라인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건설 시장 활성화가 건설업체 구조조정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수익이 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돼야 건설업 구조조정도 연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기업이 신규수주를 통해 정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건설 보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건설사 한 관계자는 "보증을 신청할 때 담보를 요구하고 신용도가 좋지 않다고 수수료 등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무엇보다 보증 건수를 제한하고 있어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사간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건설업체 M&A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세제상의 지원은 물론 절차 간소화 등도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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