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권ㆍ기업 환리스크관리 "비상"

[환율 4년만에 1,130원 붕괴] <br>금융권 파생상품 수익률 급락ㆍ외화예금 손실까지<br>해외채권 발행기업 금리 상승·환차손 '이중고'<br>中企 "원자재값 이어 환율도 수출 발목" 애태워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하면서 금융권과 기업에 환리스크 비상이 걸렸다. 원화환율이 급락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 못지않게 기업ㆍ금융권은 당장 환율변화에 따른 환리스크 헤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환율변동에 무방비 상태로 환율급락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기업들도 수출에는 당장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해외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해외 금리상승과 환차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권 역시 환율하락으로 올들어 급증한 외화예금의 표면금리를 다 까먹어 수익률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연초 달러당 1,170원선을 유지하던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4년 만에 처음으로 1,140원이 무너진 데 이어 27일에는 1,130원선마저 깨졌다. 이날 원화환율은 전일보다 4원60전 떨어진 1,128원90전에 마감했다. ◇금융권, 외화예금 관리 및 수익률 확보 비상= 원화환율이 급락하면서 금융권은 외화예금 수익률 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원화환율이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환차손’이 대량으로 발생해 이자 수입분을 상당 부분 까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환율을 기준으로 설정된 각종 파생상품들의 수익률도 급락, 은행권마다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올들어 은행권 외화예금은 안전성을 선호하는 시중자금이 유입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외환ㆍ조흥은행 등 5개 은행의 외화예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150억9,600만달러로 지난해 말의 122억3,300만달러에 비해 23.40%나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은 1,192원50전에서 1,151원80전으로 무려 3.41% 하락했다. 지난해 말에 맡긴 외화예금의 경우 환차손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제로’ 금리로 주저앉았고 일부는 손실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발매된 1년 만기 외화예금의 경우 1.1711%의 금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환차손은 4%에 육박해 2%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혼합형과 채권형 펀드에서도 환차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아멕스 글로벌 혼합형 펀드의 경우 달러화 기준 수익률은 2.53%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오히려 1.86% 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대기업, 수출계약 결제통화 변경 및 단계별 시나리오대책 마련 부심= 전자 등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환율급락으로 채산성이 갈수록 나빠짐에 따라 연말 경영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환 또는 결제통화 다양화 등을 통해 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강도 높은 원가절감에 나서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일단 올해 환율 하한선을 1,100원으로 보수적으로 잡아놓고 사업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출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환율하락 단계에 따라 대책의 강도를 달리하는 시나리오식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큰 자동차업계도 수출계약시 위앤화와 유로화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계약하는 등 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 환리스크에 무방비= 중소업체들은 원유 등 원자재가 급등에 이어 원ㆍ달러 환율까지 급락,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수출단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 플라스틱 가전제품 제조업체 일렉펀의 김헌진 사장은 “원유ㆍ플라스틱 값이 급등한데다 원ㆍ달러 환율마저 수출의 발목을 잡아 마진이 거의 없다”며 “중국 납품업체에 단가인상을 통보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고 하소연했다. 타이완ㆍ말레이시아에 식기세척기 등을 수출하는 대양에스티도 환율급락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9월 원자재값과 운임ㆍ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수출단가를 5% 올린 상태여서 추가인상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물론 결제통화 다변화와 환보험 가입 등 환리스크 관리에 꾸준히 신경을 써온 덕분에 원화환율 하락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중소기업에 국한된 사례로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환율하락에 따른 환리스크에 무방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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