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로마시대 쾌락은 '육체적욕구+베품'

■ 로마제국 쾌락의 역사 (레이 로렌스 지음, 미래의 창 펴냄)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로마 시대에 목숨을 걸고 싸우던 검투사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을 즐기는 로마인의 모습이 잔혹하게 그려지지만 이는 폭력에서 쾌감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검투사의 이야기가 영화 외에도 드라마'스파르타쿠스'나 소설 등에서 그려지며 아직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레이 로렌스 켄트 대학교 교수는 저서'로마제국 쾌락의 역사'를 통해 로마 시대 쾌락의 문화를 살펴본다.'역사상 가장 강렬했던 쾌락의 기록'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로마 시대의 '쾌락'이 건축ㆍ목욕ㆍ수집ㆍ음식ㆍ섹스ㆍ잔혹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려하게 꽃피우며 한 시대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쾌락'을 제대로 조명하는 것이 로마시대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원후 1세기 로마에서 새로운 쾌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로부터 얼마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가 매우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쾌락의 본질을 규정함에 있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쾌락은 한 사람의 인품을 깎아내리는 말들의 잔치를 낳았고 이는 특히 수사와 웅변을 최고로 치던 로마 사회에서는 그 가치가 매우 높았다. 로마인들에게 쾌락은 그들 스스로 다른 야만국 국민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원천이었다는 것이다. 쾌락에 앞장선 것은 로마의 황제들이었다. 황제들은 쾌락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들을 행할 수 있는 중추적 인물이었고 그들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지속되는 유행을 창조했다. 즉 새로 즉위한 황제는 새로운 형태의 쾌락을 선보였고 지도층 인사들이 모방하고 추종하는 행동이 되었다. 그 어느 황제보다 검소한 것으로 알려진 아우구스투스 황제조차 쾌락을 통해 자신의 위엄을 보이고자 해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성욕을 채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 '쾌락'이 육체적 자극을 의미한 것만은 아니었다. 저자는 로마의 문화에서 쾌락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로마인들의 선물 문화를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로마제국에는 겨울 축제인 농신제 때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선물이 황제에서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깊은 의미가 있었던 것은 남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것 자체가 그들이 추구하는 쾌락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선물을 주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부, 사회적 지위, 도덕성, 지혜, 그리고 또 다른 사회성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쾌락의 추구는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컸다. 쾌락을 위해 네로 황제의 황금궁전을 지었고 호화로운 공중목욕탕이 곳곳에 지어졌다. 덕분에 대규모 건축 공사는 수많은 신축 공법과 건축기술의 발달을 낳았고 인력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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