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에너지 패러다임 급변 대비하려면

주영근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셰일가스로 인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아시아 및 유럽과의 탈동조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예전에 미국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고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 신호도 같은 방향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값싼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제조원가 경쟁력 강화가 미국 제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을 유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수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현재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 4건이 이미 승인됐으며 2013년 말 원유수출 승인에 대한 법안이 미국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각국 셰일가스 등 자원개발 각축전


이러한 저렴하고 풍부한 미국 천연가스는 질소산화물(NOx)등 환경 문제를 안고 있는 석탄을 대체해 미국 내 석탄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이렇게 저렴해진 석탄은 유럽의 발전용으로 수출하고 셰일가스도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동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해 중국·일본 등에 수출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특히 비(非)전통가스로 인한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은 기존의 에너지 강국인 중동·러시아 등의 시장 장악력을 약화해 미국·캐나다·호주 등 신흥 에너지 강국에 힘을 실어 주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폴란드·아르헨티나 등에서 셰일가스를 비롯한 비전통에너지 개발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은 더욱 복잡하게 변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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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에너지 흐름의 변화는 철강·석유화학·발전 등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절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도 2008년 이후 에너지 공기업에서 전통에너지 자원을 중심으로 해외에너지자원 개발에 참여해 석유 및 가스의 자주개발률이 지난 2011년 기준 14%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주로 에너지공기업 중심으로 한국석유공사가 미국 이글포드 등에, 가스공사가 캐나다 혼리버 등의 생산광구 참여를 통해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캐나다 키티맷(kitimat), 미국 사빈패스(Sabine Pass)의 천연가스 도입 성사 등 해외에너지자원 개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해외에너지자원 개발은 현재 인수합병(M&A)·자본참여 등 간접참여(brownfield )방식에서 자원탐사·개발·생산 등 직접참여(greenfield)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 주도 아래 민간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민간참여 유도로 개발 역량 확보를

이를 위해 당국은 타깃국가 선정, 민간기업과의 기술개발 협력 및 지원, 중장기 전략 및 단계적 사업추진에 나서야 한다. 선진국 또는 선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역량을 키우고 기술개발 및 적용을 통한 성공스토리가 조기 도출돼야 한다. 이를 위한 민관공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가 중장기 전략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민간기업·연구소 및 학교 등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 부족한 역량에 대해 선진국과의 협력, 기술이전 및 경험축적 등 외부적인 수혈과 민간기업 및 학계와의 기술개발(R&D), 맞춤형 기술개발 등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단기적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의 오류를 장·단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아주 길게 천천히 우리의 모든 것을 순간순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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