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 시장개방 가속도

러시아가 소매업이나 자동차 등 일부 서비스나 제조업 뿐 아니라 원유와 금속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시장 개방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동안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시절은 물론 연방이 붕괴된 직후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들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도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지배에 대한 불신으로 러시아에서 서방 외국인들은 철저히 배제돼 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러시아의 이러한 변화를 일컬어 1917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외국인 투자가들을 위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6일 진단했다. 러시아 주요 산업의 외국인에 대한 시장 개방은 올해 초 알루미늄 업체인 수알이 영국 플레밍 패밀리에 지분 23%를 매각하고, 러시아 최대 정유 그룹인 TNK가 영국의 BP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4일 유코스와 시브네프트의 통합으로 탄생한 러시아 최대 정유업체 유코스시브네프트가 현재 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론텍사코 등과 지분 매각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면서 러시아 기업들의 해외 지분 매각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러시아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과두 재벌(oligarch)들의 태도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들과의 고리를 배경으로 연방 붕괴 직후 기업들의 민영화 과정에 적극 참여했던 이들 과두 재벌들은 그 동안 경영권 안정을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해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는 체코나 폴란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지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자신들의 입지 구축을 위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만큼, 오히려 외국인들에 대한 일정 지분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러시아 기업들의 민영화를 주도했으며 전력회사를 운영중인 아나톨리 츄바이스는 “지난 10년이 이권을 서로 나누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이를 통해 현금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서방 기업들의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 기업 가치를 보다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이들 과두 재벌들이 깨우치고 있다는 점 역시 외국 자본에 보다 호의적이게 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최근 러시아 검찰이 유코스 주주를 소환하면서 불거진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간 갈등도 과두 재벌들로 하여금 지분 매각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스크바 소재 투자은행인 르네상스 캐피털의 스텐판 제닝스는 이러한 최근 추세로 인해 “앞으로 3~5년 안에 러시아 기업들 대부분이 자산을 매각하거나 외국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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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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