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0일] 올림픽이후 중국경제 관전법

중국의 저명 이코노미스트인 린이푸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내수확대,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을 통해 오랫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올림픽 이후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 잠재성장률에 근거한 장기적 전망은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 전망을 바탕으로 올림픽 이후 경기가 갑자기 둔화되는 ‘밸리효과’가 중국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붕괴, 과잉설비에 따른 재고증가 등 암울한 조짐들이 중국의 경제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생산자 물가지수가 10%를 넘어섰고 광둥성(廣東省) 선전시의 부동산 가격은 40% 가까이 하락했다. 기업의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특성상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중앙정부가 경제에 개입하기 쉬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국경제를 예측할 때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해 3가지 시나리오별로 분석하더라도 과열 상태인 중국경제는 향후 감속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중국정부가 경기과열 억제와 물가안정에 초점을 둔 긴축기조를 지속하는 경우다. 이러면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7.2%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정부가 8% 이하의 성장률에 만족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번째, 경기과열과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가 기존의 고도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투자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9.6%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경기과열을 부를 고성장정책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개혁ㆍ개방 이후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농촌과 내륙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이미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저소득층의 반발을 무시한 채 고속성장에만 매달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번째,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급격한 경기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성장기조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할 수 있다. 이러면 오는 2009년 경제성장률은 8.1% 수준을 달성하며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중국정부도 200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목표 성장률을 8%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정부는 경기급랭에 따른 실업률 상승과 저소득층의 불만 고조 등의 체제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수출세를 축소하거나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을 높여 수출을 장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술이전 효과가 있는 외국자본만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외자선별정책’을 다소 유예할 가능성도 높다. 올들어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금리인상을 자제했던 것은 금리인상으로 핫머니 유입이 증가해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정해진 계좌를 통해서만 외환거래를 하도록 제한하는 등 외환시장의 감시 강도를 높여 조만간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안정을 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투자대상국이자 최대 수출대상국이다. 중국의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2.5%포인트 하락할 정도로 중국경제의 향방은 한국경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중국경제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의 ‘시나리오 경영’은 중국경제의 향방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로열더치셸은 지난 1960년대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오일쇼크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제1차 오일쇼크가 발발하자 경쟁사들이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는 사이 로열더치셸은 이미 수립해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 업계 7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국내기업들도 향후 중국경제가 급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중국은 세계 4위의 경제규모를 갖추었으며 3위인 독일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중국이 8% 수준의 성장만해도 사업기회는 충분하다. 중국의 경기둔화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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