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 고정환율고수 득과 실(해외통신원)

◎얻은것­대외신용도 유지,투기자금 차단성공,금융불안 확산예방/잃은것­주가하락·경기침체,성장 둔화 불가피,국내외투자도 감소홍콩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최신호의 커버 스토리 제목은「붉은 10월」이었다. 여기에는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 폭락과 이에 인한 대중의 애환이 담겨 있다. 지난달말 10년만의 대폭락을 겪은 홍콩증시는 불안한 가운데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번 사태로 홍콩은 주권이양 4개월만에 세계 금융계를 움직이는 태풍의 눈으로 부각됐고 홍콩의 미세한 움직임에 세계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관심은 홍콩달러화의 미달러화에 연결된 고정환율인 1대 7.8의 고리, 즉 「펙(Peg)」제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체적인 의견은 최소한 내년까지 펙제가 고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특별행정구는 주가 대폭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실상 고평가된 홍콩달러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동남아 통화위기 상태에서 홍콩달러화의 환율을 변경할 경우 세계금융중심지로서 대외신용도가 떨어지고 금융 불안이 더욱 확대·재연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내년중 인민폐와 홍콩달러의 가치 단일화를 원하는 중국정부의 바램도 작용하고 있다. 홍콩은 8백81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3위의 외환보유액을 무기로 금리를 대폭 인상, 홍콩달러화의 환율 인상압력에 김을 빼고 있다. 지난 7월이후 환율인상 압력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즉각 외환시장에 개입, 환율을 안정시켰으며 최근에도 은행간 이자율을 높여 투기성 자금이동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동남아 증시 및 외환시장 불안으로 인해 홍콩은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와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연초엔 관광부문과 주식·부동산시세의 호전에 따른 내수증대,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중국의 경기 호조에 힘입어 최소한 6%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들어 관광산업의 불황이 가시화되면서 관광상가인 침사추이의 매출이 7월이전보다 40%까지 떨어졌다. 여기에다 주가 폭락으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격감하고 주택대출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경기도 침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부동산가격이 10%이상 떨어졌으며 앞으로 1∼2년간 하락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동남아 수출(재수출물량 포함) 둔화도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외환위기로 16개 은행이 영업을 중단했으며 태국은 수입업체의 신용장 개설이 어려워지고 신용장 개설이 가능해도 수입가격 상승을 미처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욱이 중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실질임금 하락과 외환 유입액 및 내외국인 투자 감소가 예상돼 경기 침체와 성장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홍콩에서 활동중인 한국기업들도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홍콩지사들의 주요업무중 하나인 외화자금 조달이 점차 어려워져 홍콩을 통한 신규투자 프로젝트 추진이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빠져 들었지만 쉽사리 해결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이들이 대부분 미달러화 위주로 거래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거래 감소 등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각국의 통화평가절하는 이들 국가의 수출가격 인하를 유발, 한국은 수출전선에서 가격 경쟁이라는 파고에 직면하게 됐다. 또 지난 수년간 우리의 수출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의 구매력이 감퇴함으로써 이래저래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됐다. 극심한 외환위기에 빠져있는 우리도 외환시장 안정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홍콩당국의 신속한 대응조치를 본받아야할 것이다.<조영복 KOTRA 홍콩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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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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