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속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원고였다. 원화가치 상승은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원화절상과 고유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유가 상승폭이 원화 절상률을 최고 7배가량 웃돈 것이다. 이는 유가상승을 원화절상이 상쇄해주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1일 본지가 한국은행ㆍ산업자원부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05년 1월에서 2006년 2월 동안 원ㆍ달러 환율은 6.6% 절상됐다. 반면 원자재 수입단가지수 상승률은 최고 44%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석유를 포함한 총 원자재 수입단가지수(2000년=100 기준)는 2005년 1월 134.8에서 올 2월 166.2로 23.3% 상승했다. 여기서 석유만 보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석유 수입단가지수는 이 기간 동안 139.1에서 201.2로 무려 44.6% 폭등했다. 원자재 가운데 석유 수입물량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6.6%에 이르는 원화 절상률은 경제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자재를 제외한 수입단가지수가 1년 새 107.1에서 108.6으로 1.4% 소폭 상승한 점에 비춰볼 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교역조건 악화의 절대적 주범임을 알 수 있다. 교역조건 악화는 경제규모가 커져도 실제 국민들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고가 소비재 수입가격 인하 등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석유 등 에너지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국민과 기업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화 값이 오르고는 있지만 치솟기만 하는 원자재 가격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석유뿐 아니라 광물 등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