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지역 경쟁력과 따뜻한 세상

박호군 <인천대 총장>

새로운 기술의 급속한 등장에 대처하고 지식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국가적 핵심과제는 과연 무엇인가. 기술창출 능력 배양과 신산업 창출이라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외형적인 면은 인식하지만 꼭 갖춰야 할 내면적인 요소는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신뢰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 그것이다. 서울 종로에 ‘음식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습니다’라는 글을 써 붙인 독특한 중국집이 있었다. 어느 날 점심 때가 조금 지난 시간에 한 할아버지가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자장면을 시켰다. 할아버지는 허름한 옷차림에 거친 손을 가졌고 어린아이는 작은 바지와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어 그들의 형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로, 어린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다고 해 모처럼 나들이 나온 것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던 주인이 주방에 대고 “주방장, 자장면 조금만 가져와봐”라고 소리를 질렀다. 반 그릇짜리 자장면 맛을 본 주인은 주방장을 불러 세우며 “이봐, 주방장, 오늘 자장면 맛이 왜 이래. 이래 가지고 어떻게 손님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에게 정중히 다가가서 얘기하더란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은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중국집 주인은 진정 아름다운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자장면 두 그릇으로 이렇게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중국 전국시대 중엽 제(齊)나라에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왕족으로 재상을 지낸 정곽군의 서자일 뿐이었으나 뛰어난 자질로 정곽군의 후계자가 됐다. 맹상군의 식객 중에는 도둑질에 능한 구도(狗盜)라는 자와 닭소리 흉내 내기에 능한 계명(鷄鳴)이라는 자가 섞여 있었다. 측근들이 그런 자들은 쫓아내라고 건의했지만 그는 너그러운 웃음으로 넘기곤 했다. 어느 날 맹상군은 진(秦)나라 소양왕으로부터 재상직을 요청받고 진나라 도읍 함양으로 가 재상이 됐다. 하지만 곧 중신들의 모함에 빠져 살해 위기에 처했고 이때 구도의 도둑질 실력과 새벽의 닭 울음소리로 국경 성문을 열게 한 계명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 고사에서 우리는 사람의 장점만을 보려는 자세와 신뢰하고 포용하는 대인의 풍모와 인재(네트워크)를 중요시했던 맹상군의 인물됨을 배울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정신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지를. 이러한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와 지역에 가득하다면 인재들이 너도나도 모여들고 기업들 역시 그곳에 찾아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려 할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우리는 덧셈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 맹상군의 정신처럼 인연이 있거나 지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고향사람ㆍ타지사람ㆍ한국사람ㆍ외국사람이 구분 없이 훌륭한 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고 외국기업들을 유치한다면 지역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도 열 배, 스무 배 커질 것이다. 이 같은 열린 사회가 되면 우리가 굳이 기업을 유치하러 다니지 않아도 선진 기업들이 서로 들어오려고 경쟁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고 각종 특구가 육성되는 이때, 좋은 일은 서로 곱하기해 더욱 키우고 궂은 일은 서로 나누기해 줄여나간다면 지역 경쟁력은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요컨대 더하기와 곱하기의 삶을 잘 가꾸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나간다면 동북아 중심국가와 지식기반 사회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 사회와 더불어 지역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