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의 자동차산업(예측못할 불황터널 언제까지…)

◎재고량 적정선 2배 최악상황속 조업 단축 불가피/“무차별증설·과당경쟁결과” 비판 구조조정 거론도불황으로 1·4분기 자동차 내수판매가 21%가 줄어들자 국내 최대메이커인 현대자동차가 조업단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으면서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치닫았는가, 대책은 없는가. 자동차시장의 현 황과 대책을 상·하 2회에 걸쳐 긴급진단한다.<편집자주> 현대자동차의 정몽규 회장, 박병재 사장은 2일부터 울산공장에 머물고 있다. 재고가 5만대를 넘으면서 조업단축(잔업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노조측과 협의를 갖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4월초부터 무이자할부판매를 한다는 것은 모처럼 마련된 업계의 신사협정을 앞서 깨는 것이 되고 그렇다고 당장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릴 묘책도 없어 조업단축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에따라 현대는 오는 8일부터 아반떼 등 주요라인에 대해 하루 4시간의 잔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와 대우는 『아직 조업단축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판매부진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위기다. 2일에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고, 비난여론이 초래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특소세인하와 배출가스규제완화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역시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심각성과 위기상황을 설명해주는 사례들이다. 또 있다. 끝없이 쌓이는 재고물량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재고는 통산부 발표로 18만1천대. 업계는 13만대로 주장한다. 업계의 주장으로도 적정재고(7만대)의 2배 가까운 규모다. 「최악의 재고」로 지적된 지난해말(10만대)보다 많다. 판매는 잔뜩 움추러들었다. 올들어 1·4분기중 내수는 38만6천대로 전년동기에 비해 21%나 감소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잘해야 지난해(1백65만대) 수준이다』는 김수중 현대자동차 부사장의 말은 위기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수출은 17만대로 6.3%가 감소, 내수부진의 돌파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앞이 안보인다는 것. 비관적이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명예퇴직·감원한파로 구매심리는 크게 위축돼 있다. 「15년만의 위기론」을 들고나온 김부사장은 『80년초 석유파동위기 때는 언제쯤 풀릴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했고, 희망도 있었으나 요즘에는 그게 없다』고 말한다. 이룡희 기아기조실장도 『4·5월 시장은 물론 하반기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상용차를 중심으로 판매확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전체시장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한동안 대규모 증설로 앞만 보고 달린다며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로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었으며, 하나같이 「2000년대 세게 10대메이커」를 내세우면서 자신감에 넘치던 한국자동차 업계가 갑자기 조업단축이란 극약처방 까지 내놓게된 배경은 불황의 골이 생각보다 깊어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을 우선 들 수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올 1·4분기중 국내시장에 17만2천대를 팔계획이었으나 실적은 12만9천대로 목표의 74%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책없는 증설과 신규참여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이런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강하다. 지난해말 국내 생산규모는 3백50만대, 생산실적은 2백81만대로 80%선의 가동율을 유지했다. 올해는 4백만대 생산규모로 정상가동을 위해서는 3백20만대 생산이 불가피한 상태. 그러나 업계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판매규모는 2백90만대 남짓. 최소 30만대의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 공급과잉은 내수정체, 수출의 어려움을 감안하지 않은 무차별적 증설과 과당경쟁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이다. 『업계 자율에 맞겨야 한다』며 정부의 개입에 반대하면서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는게 요즘 국내업계가 처한 상황이다.<박원배 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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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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