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역지사지 관점에서 우리나라 자본이 해외에 나가 정당한 투자 절차를 밟았음에도 '먹튀' '국부 유출의 주범' 등의 평가를 받을 경우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며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보다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본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더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간의 합병 분쟁,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외국 자본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또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반감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자본 시장이 외국 자본에 전면 개방된 이래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사건, SK-소버린 사태 등을 거치며 "외국인투자가로 인해 국부가 대규모로 유출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이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의 배당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당시에도 주된 반대 논거 중 하나가 배당을 확대해봐야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려준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방적인 접근은 자본 시장의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 실장은 "자본의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배당을 받아 가고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라며 "외국인 투자의 과실은 다 누리고 주주로 대우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자본 시장의 논리에 어긋나며 이는 결국 100% 소규모 개방 경제 시스템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장기적 측면에서 외국인투자가의 긍정적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영국계 펀드인 소버린이 SK그룹을 압박해 막대한 차익을 얻고 한국을 떠났지만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지배 구조가 탄탄해지고 경영은 투명해졌다"며 "엘리엇 사태 역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결과적으로 삼성그룹이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는 시금석이 됐고 과실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