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질 살해 사건으로 국제적인 비난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현지에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군과 아프간 군이 인질 구출을 위한 특공대를 배치한 가운데 그동안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해온 카리 유수프 아마디 검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3개 지역 9개 마을에 분산 수용된 한국인 인질 주변에 자폭 테러요원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미군과 나토가 주도하는 700여명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한국 인질들의 구출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ISAF의 대변인인 클라우디아 포스 중령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다만 아직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들은 추가 인질 살해가 현실화될 경우 아프간 군 당국을 중심으로 군사작전이 전개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미군과 아프간 군은 그간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해온 카리 유수프 아마디를 검거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 같은 시도는 탈레반 지휘계통에 있는 대변인을 검거하면 주요 지휘관을 붙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마디 대변인은 검거될 가능성을 우려해 소재지를 옮겨가며 언론사에 휴대 위성전화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과거에도 대변인을 자처하는 인물이 여러 명 있었으며 휴대폰을 사용해 언론과 접촉하며 테러 관련 성명 등을 발표해왔다. 현재 미군은 휴대폰의 전파를 탐지하는 위치검색장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에서 탈레반 추적시 이 장치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0월 별도의 탈레반 대변인이 파키스탄 측에서 체포된 경우도 휴대폰의 위치정보가 단서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는 최근 탈레반이 설정한 시한이 끝난 뒤 또 다른 입장이 나오기까지 수기간이 걸리고 있는 점과 관련, “이 몇 시간이 탈레반 의사결정자와 대변인 사이의 거리”라며 “지휘부는 휴대폰을 이용할 경우 소재지가 판명될 것을 우려해 차량 등을 이용해 대변인에게 명령과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간 현지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탈레반 세력과 연계되는 인물을 통해 직접 석방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를 통한 간접적인 석방교섭에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직접 탈레반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의 입장 변화를 거의 기대할 수 없어 한국 정부의 직접 교섭이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