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12층이 안된다면…

서울 잠실에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를 지으려던 롯데의 꿈이 국방부의 반대로 결국 물거품이 됐다. 성남의 서울공항과 가까운 거리에 112층 짜리 빌딩이 솟아오를 경우 비행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관계기관들이 오랜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인 만큼 끝내 허락하지 못할 만한 근거는 충분하리라 믿을 뿐이다. 오랜 숙원이 좌절된 롯데나 초고층 빌딩을 적극 유도했던 서울시 그리고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된 이 일대 주민들 모두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정작 아쉬운 것은 초점이 112층이냐 아니냐에만 집중된 나머지 제2롯데월드의 의미는 논외로 밀려나버렸다는 점이다. 사실 경제성만을 생각한다면 이런 초고층 빌딩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은 막대한 건축비도 그렇지만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는 탓에 사무실을 채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해당 부지는 차라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으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인데도 롯데의 고집 탓에 벌써 12년째 놀고 있다. 그렇다고 제2롯데월드의 무리한(?) 구상을 한 재벌 총수의 개인적 숙원이나 일개 기업의 수익사업 측면으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세계 유수의 테마파크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면적의 3%에도 못 미치는 좁은 지역에 소득수준이 높은 2,300만명이 밀집해 살고 있는 한국의 수도권은 이들에게 떠오르는 엘도라도나 다름없다. 유명 테마파크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들도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값비싼 땅을 거의 공짜로 얻고 각종 특혜를 받아 ‘손 안대고 코풀려는’ 것이 그들의 속셈임을 잘 알면서도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세계 42위의 초라한 관광 경쟁력을 높이려는 해외투자 유치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 돈 들여 세계적 랜드마크와 테마파크를 짓겟다는 국내 기업의 앞길까지 막아서는 곤란한 노릇이다. 초고층이 정말로 안 된다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제2롯데월드의 의미를 살려줘야 한다. 귀중한 땅이 어디에나 지을 수 있는 평범한 빌딩과 아파트로 채워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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