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파문이 전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당기간 갈 것이며 자칫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월가의 전문가 3명에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동요에 관해 의견을 들어봤다.
벤자민 갈버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다른 분야로 전염되고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확대공급한 조치가 시장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융불안과 관련, “주식시장의 조정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며 “그동안 증시가 유동성 장세로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아마도 몇 개월 동안 고통스런 조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버 이코노미스트는 “FRB는 재할인율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시장에 충분히 전달했다”고 평가하고 “FRB가 당장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캐피털 회장은 “(서브파리임 사태가)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때보다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인한 진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씨는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은 10년가량 지속돼온 ‘유동성의 잔치’가 끝나는 과정으로 본다”며 “과거 10년 동안 돈을 빌리는 비용이 너무 저렴했고 이제 제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부터 위기의 시작일 뿐이며 이번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10년 동안 흥청망청 레버리지(차입투자)한 결과가 몇 개월 만에 조정이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는 “한국도 국제금융시장에 편입된 이상 한국 투자자로서는 한국 내부적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 축소과정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큰 시기”라고 조언했다.
류후규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은 “겉으로 드러난 서브프라임의 부실은 심각하지 않지만 잠재적 부실이 더 위험하다”며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의 부실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류 소장은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며 “2005~2006년에 모기지론이 크게 늘었는데 오는 2008년이면 금리재조정 시기를 맞기 때문에 앞으로 1~2년 동안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 소장은 “그동안 소문이 무성하던 투자은행이나 펀드들의 모기지 채권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이 확인될 때마다 간헐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동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실물 분야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거나 국제금융위기로 비화될 정도는 아니다”고 상대적인 낙관론을 폈다. 중앙은행이 이번과 같은 유동성 공급 외에도 시장불안을 해소할 다른 방안들이 있고 FRB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