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호사 광고규제 빗장 풀린다

변협·공정위, 매체범위등 제한관행 완화방침<BR>소비자중심 시장변화로 수임경쟁 치열 할듯<BR>"광고비 부담등 부작용 커" 시기조절 주장도

대한변협이 올 2월 총회를 앞두고 그 동안 엄격히 적용해온 변호사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어서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 5일 변협 소속 모 법무법인의 라디오 광고안 질의서에 대해 광고문안 보완작업을 거쳐 광고를 내보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 10월에는 전체 이사회에서 ‘변호사업무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ㆍ 공포, 지난해 말부터 팩스ㆍ우편ㆍ이메일을 통한 변호사 광고를 허용했다. 대한변협이 그 동안 빗장을 단단히 걸어둔 변호사광고 규제를 슬금슬금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호사광고 확대는 법조계 외부에서 강력 희망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이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변호사광고 제한은 변호사 영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고 보고 이를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호사 광고내용과 매체 범위를 대한변협이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는 변호사광고 허용이 대세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이 강한 상황이다. 변호사의 품위손상, 시장과열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단시일내에 변호사광고가 전면 허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7년 또는 2008년께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변호사광고를 지금처럼 계속 규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품위손상 이유 관행상 불허=지금까지 변호사들은 임의로 광고를 하면 징계를 받아왔다. 그러나 대한변협 규정에는 광고를 금지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대한변협 최희정 법제과장은 “사실 기존의 ‘변호사업무 광고에 관한 규정’에 딱히 신문ㆍ방송 광고 등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다만 명확히 가능하다는 문구도 없어 시장기준이 모호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애매한 규정과 달리 대한변협은 그 동안 품위손상을 이유로 변호사 광고를 엄격히 제한해왔다. 광고의 내용과 크기, 수준 등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개별 광고마다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한 것이다. 얼마 전 모 변호사가 법원에 상호등기 신청을 냈다가 변호사의 품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된 것은 법조계의 보수성을 단적인 예다. 이런 관행이 수십년간 지속돼온 것은 ‘변호사는 공익을 대변하는데 상업성만을 내세우는 광고 허용은 변호사의 신뢰와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보수적 시각이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변호사 수가 적었던 과거에는 특별한 홍보없이 변호사 간판만 걸어놔도 사건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에 굳이 변호사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늘어난 변호사, 바뀌는 시장=하지만 수년 전부터 변호사수가 크게 늘자 상황이 많이 달아졌다. 법률시장 성격이 공급자위주에서 소비자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를 해서라도 수임하려는 영업마인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의사들도 경쟁이 치열해지자 광고규제를 없애고 대대적인 광고에 나선 것처럼 변호사들도 적극적인 광고를 통해 수요자들에게 어필해야 때가 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건수임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사법연수원 출신 신참 변호사들은 광고 제한은 한가로운 얘기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업 2년차인 변호사 A씨는 “변호사 시장은 극소수 대형로펌 등을 제외하면 완전 경쟁시장에 접어들었다”며 “인위적인 광고 제한 등으로 변호사의 품위와 도덕성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은 변호사 개개인이 기업처럼 신문 등을 통해 자유롭게 광고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률서비스시장 개방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미리 변호사광고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면허용은 힘들 듯=그러나 대한변협이 변호사광고를 전면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광고허용이 ‘제살 깎아먹기’의 부작용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회의 한 임원은 “대한변협이 변화된 환경에 맞게 광고를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전면허용을 할 경우 오히려 변호사간 경쟁을 격화시켜 시장질서를 흐리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광고비용을 부담할 변호사들이 많지 않아 양극화를 부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 B씨는 “광고가 전면 허용될 경우 자본력을 가진 일부 대형로펌이 시장을 독식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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