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로림 환경평가 재심사….세계 최대 조력발전 사업 다시 시험대에

세계 최대 조력발전 '가로림' 11월 환경평가 재심사<br>갯벌 등 생태계 훼손 줄어 사업 승인 받을 가능성커<br>주민과 갈등 봉합 걸림돌<br>건설땐 충남 가정용 전기 40% 충당… 신재생 발전 확대 계기로




연간 발전량 950GWh… 내년 1월 승인여부 판가름
한때 행정수도 배후도시… 주민반대로 '제2밀양' 될수도


아버지가 남긴 구상을 딸이 매듭지을 것인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후 40년을 끌어온 세계 최대 규모의 충남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 재심사가 다음달 초 시작돼 사업승인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로림만은 박 전 대통령이 한때 행정수도 배후도시로 구상했을 만큼 애착이 많았다.

가로림 조력발전은 이번에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초부터 공사가 시작될 수 있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생긴다.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적지 않은 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밀양 송전탑 등 전력시설과 관련한 주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가로림의 시도가 사회적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서부발전 등에 따르면 가로림 조력발전 사업을 위해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인 가로림조력발전㈜이 다음달 초에 보완된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해 심사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발전소 건설이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보완책을 담은 것으로 사업추진의 핵심단계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는 평가서가 미흡하고 민원해소 방안 등이 필요하다며 가로림 조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서를 계속 반려했다.

환경부가 다시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하면 검토에 3개월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1월까지는 승인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승인이 나면 산업부가 최종적으로 인허가를 결정하고 공사가 시작된다. 이때까지 환경단체와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마찰과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태안군과 서산시에 걸쳐 있는 가로림만은 지난 1973년 박 전 대통령의 조력발전소 건설 검토지시에 따라 1980년 후보지로 결정된 뒤 2007년 서부발전ㆍ포스코건설 등이 이 지역에 1조원을 들여 520㎿급 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로 연간 발전량이 950GWh에 달해 충남 지역 가정용 전기 사용량의 40%를 담당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한때 행정수도 배후도시로까지 구상했던 가로림 개발이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답보상태에 빠진 국내 신재생발전 확대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번 환경영향평가 심사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로림조력발전㈜은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서가 한차례 반려된 후 총 1,111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갯벌면적과 해수교환율이 줄어드는 비중을 축소시킨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기술적 부분에서는 상당한 진보를 이룬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다.

밀양 송전탑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의 인허가가 완벽하게 떨어져도 주민의 반대가 심해지면 착공은 미뤄지고 환경단체와 진보세력이 개입하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자칫하면 가로림이 '제2의 밀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갈라져 있다.

올해 4월 서산 YMCA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60.5%, 반대가 39.5%였다. 일부 어민들은 아직 생존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고 환경단체 등은 갯벌훼손을 이유로 사업에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가로림조력발전㈜은 이에 따라 주민갈등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음달 환경영향평가서 제출과 함께 본격적인 갈등해소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국내 사회갈등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박태순 원장이 이끄는 사회갈등연구소가 이 지역 갈등해소를 위한 용역을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갈등전환협의체가 구성돼 주민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할 방침이다. 가로림조력발전㈜은 이 지역에서 '잡는 어업' 대신 양식업을 늘리고 서산ㆍ태안 지역의 랜드마크 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주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가로림조력발전㈜의 한 관계자는 "밀양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조속한 착공보다는 주민들과의 갈등 치유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며 "실제 가로림만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고 대안으로는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가로림조력발전㈜의 환경영향평가서가 이번에도 환경부의 높은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좌초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사업의 필수 전제요건인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이 내년 10월이면 5년의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자동 해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허가 장기지연에 따른 주민들의 갈등이 지역에 뿌리깊게 남게 되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도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