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경제] 기현상 심각.. 기업 수익주는데 GDP는 쑥쑥

「기업들의 수익은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경제성장률은 한없이 치솟는다」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조차 고개를 젓게 만드는 기현상이 지금 미국에서 빚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4분기중 6.0%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 9년여째장기 호황국면을 지속했다. 그러나 정작 미 기업들의 수익은 지난해 오히려 2.2%나 하락, 9년만에 처음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처음으로 수익성을 조사한 결과 한마디로 헛장사를 한 게 드러난 셈이다. 특히 해외 수출이 지난해 1.5% 증가하는데 그쳐 15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드러내 농업 등 수출 관련업체에 치명타를 안겨 주었다. 이같은 상반된 현상의 비밀은 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 등으로 오히려 수지가 악화된 반면 소비자들은 주가상승 덕택에 왕성한 소비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호황 국면에서도 노동비용 증가와 가격 동결정책으로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실업률이 2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노동비용 부담은 꾸준히 늘어났으며 아시아의 저가 수입물량이 쏟아져 들어와 기업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풍부한 일자리와 치솟는 다우 지수는 소비자 수요를 촉진시켜 경제 성장률을 힘차게 끌어 올리고 있다. 경제활동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자 수요는 지난해 4.9%로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컴퓨터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16.5% 증가하고 주택 건설이 84년 이래 최고치인 10.4%를 기록한 것도 경제 성장률을 뒷받침해 주었다. 하지만 미국의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97년 2.1%를 기록했던 저축률은 지난해 33년만에 최저수준인 0.5%에 머물렀다. 그나마 지난해 4·4분기엔 사실상 0%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98년 경제 성적표를 토대로 한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본격적인 경기 침체기를 앞둔 불길한 징후로 해석하는 비관론과 특별한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하는 낙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결국 올해 미 경제가 지난 60년대를 뛰어넘는 사상 최장의 호황국면을 이어갈지 여부는 기업들의 수익성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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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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