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북아 중심` 외국인의 苦言

"제대로 된 자유무역협정(FTA) 하나 없는 나라가 동북아 중심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 다소 넌센스로 들립니다." 최근 노무현 정부 정책에 관한 토론 중 한 영국인 교수가 한 말이다.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동북아 중심국 건설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이어졌다. "세계화를 추진했던 김영삼 정부가 정권 말기 외환보유고 바닥이라는 세계화의 쓴맛을 봤고 햇볕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쳤던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위협이라는 상황을 뒤로 한 채 쓸쓸히 청와대를 떠났다. 이와 유사하게 거창한 슬로건을 앞세운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 건설도 천문학적인 인프라 비용만 쏟아부은 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새로 출범한 남의 나라 정부 정책에 `재 뿌리기`로 들릴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객관성, 그의 한국에 대한 이해 정도 등을 감안하면 그냥 넘겨버려서는 안될 고언(苦言)이란 생각도 들었다.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자신이 세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다 과거 대통령들이 양산한 부작용에 우리는 너무도 익숙해왔다. 세계화에 대한 의욕으로 제대로 된 감독장치 없이 자본시장을 개방했던 게 지난 97년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많은 이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일부로부터 유사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록 햇볕정책의 지지자들은 역사가 다시 평가해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지만 말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5년마다 거창한 국정과제를 앞세우고 취임하는 민주화 시대 대통령들 역시 과거 개발독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국가주도 전략을 그대로 답습해온 측면이 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그래도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지만 경제가 민주화된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시장과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해진 것이다. 즉 몸집은 커졌는데도 옛날에 입던 작은 옷을 또다시 입은 셈이다. 맵고 신 김치를 사랑한다는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한 세대의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그 다음 세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일이 한국에서 더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장순옥 기자<국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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