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배구조는 경영성과로 평가돼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재벌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들추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이미지를 깎아 내렸다. 공정위는 자산 6조원이 넘는 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소유지배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그룹총수와 일가들이 2% 안팎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에도 재벌총수일가의 지분매트릭스를 공개함으로써 재벌의 소유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발표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줌으로써 재벌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지배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다. 외환위기 때 절실히 경험했지만 오너의 독단경영과 순환출자에 의한 선단식 경영은 외부의 충격에 매우 취약해 비상시 그룹 자체는 물론 국가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재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총수일가의 소유구조를 들춰내 국민들 사이에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공정위와 시민단체 등의 끊임없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왜곡된 소유지배구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익히 알다시피 경영권방어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우리 기업들은 오너일가의 지분분산ㆍ부채축소ㆍ상호출자해소 등으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엄청나게 줄었다. 결국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아졌지만 경영권확보는 사실상 무방비상태가 된 것이다. 지난 달 금융사의 의결권제한에 대해 삼성그룹이 경영권보호에 위협이 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른 것도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창졸간에 당한 외환위기로 지배구조개선에만 너무 정신을 판 사이 경영권방어에 소홀했던 점을 교훈 삼아 이제는 선진국들의 논리가 아닌 우리 현실에 맞는 지배구조를 논의해야 할 때다. 공정위는 “기업활동을 해 많은 수익을 내 세금을 많이 내고 높은 임금을 지급하며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면 되고, 그 지배구조가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본다”는 금융감독위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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