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만 해도 1배럴당 40달러 안팎이던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3배 이상 껑충 뛰어올라 전 세계 경제의 목줄을 죄고 있다.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원이 된 ‘검은 황금’ 석유. 국제 유가의 급등세 뒤에는 기름을 물먹듯 삼키는 중국 등 신흥 개발국들의 수요 급증과 골드만 삭스 등 일부 금융기관이 주도가 된 투기 세력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한정된 자원인 석유가 조만간 고갈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분석을 내 놓으면서 대중의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석유기업인 에니(ENI)의 부회장인 레오나르도 마우게리는 그의 책 ‘석유의 진실(원제: The Age of Oil)’에서 석유에 관한 이런 비관론자들의 이론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석유 부족에 대한 경고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두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었지만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의한 가격 급등일 뿐 석유 자체가 고갈된 것은 아니라고 그는 설명한다. “2000년에 이르자 세계 원유부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두려움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어느 누구도 지금 땅 속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땅 속을 파고 들어가 접근할 방법, 그 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 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측정할 방법은 없다. 땅속 석유자원의 분포량을 찾는 것은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성배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석유의 역사와 생산에 대한 지식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에드윈 드레이크라는 사나이가 탐사 기계를 이용해 21m 지하에서 석유 30배럴을 채굴한 이후부터 본격화 된 근대적인 석유 시추의 역사를 시작으로 1908년 포드의 T모델이 양산되면서 불붙기 시작한 석유 수요 등 굵직한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근대 산업의 원동력이 되었던 석유의 역사를 추적한다. 또 1880년대 미국 석유 정제 산업과 송유관의 90%를 지배했던 록펠러, 1900년대 초 러시아를 세계 두번째 석유 생산국가로 만든 노벨, 카스피 흑해 지역을 중심으로 러시아 석유생산에 참여했던 로스차일드 등 당시 석유를 둘러싼 투자와 투기 세력들의 치열한 다툼을 리얼하게 소개한다. 그 밖에도 미국ㆍ유럽에서 중동으로 석유 생산이 넘어가게 된 계기, 1971년(1차) 1978년(2차)에 터진 오일쇼크,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든 전쟁 등 석유와 깊은 관계가 있는 각종 사회적 사건들을 근거로 석유 고갈로 인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결론. 저자는 석유가 부족하지도 않고 석유 산유국이 석유로 협박을 할 일도 없다고 단언한다. 되래 흐름을 잘못 파악하고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석유로 인한 가장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