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 이중압박에 신음

납품단가 인하·원자재값 인상<br>주물·골판지포장업체등 고철·원지값 급등에 경영위기<br>대기업은 "납품단가 내려라" 요구…샌드위치 신세<br>전문가들 "특별한 조치 없을땐 줄도산 현실화 될것"


주물, 골판지, 중전기, 레미콘 등의 중소기업들이 최근 납품단가 인하와 원자재가 인상이라는 이중 압박으로 신음하고 있다. 더 이상의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이들이 그대로 주저앉을 경우 그 피해는 결국 대기업으로 옮겨가 국내 산업 기반 자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물업체들의 원자재인 고철 가격은 지난해 톤당 270달러에서 현재 350달러로 29.6% 올라 지난 2004년 철강대란 때 기록한 최고 시세를 넘어섰다. 고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최근 조선경기 활황 등에 힘입어 제강업체들의 원자재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제강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국산 고철은 적극 사들이면서 수입은 줄이고 있다. 주물업체인 B금속 관계자는 “주물업체들은 수입물량이 적어 수입하는 게 어렵지만 제강업체들은 수입으로 충분히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는데도 이를 마다하고 있다”며 “최근의 고철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매달 추가로 1억원씩 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물업체들은 최근 수요처인 대기업들로부터 원가절감을 이유로 4~7%의 납품단가 인하를 통고받았다. 주물조합에 따르면 제강업체 등 대기업의 주물제품 소재의 원가구성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자신들은 원가에서 1%도 차지하지 않는 주물쪽에서 원가절감을 이유로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골판지포장업계도 이미 대기업들로부터 10~15%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 달 중순부터 원자재인 원지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올라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지 가격은 지난해 9월 m²당 257원에서 298원으로 15.9% 오른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335원으로 다시 13% 인상됐다. 반면 골판지 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410원에서 12월 380원, 올 3월 360원으로 떨어졌고 현재 340원까지 주저앉았다. 업계에서 추정한 적정가격은 483원으로 거래가격이 적정가격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김진무 골판지조합 전무는 “골판지포장업체들은 지난해 원지 가격 인상분도 아직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번에 추가로 대기업들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고 있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중전기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1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규소강판도 6.7%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에 납품하는 제품의 낙찰가격은 오히려 5~7% 떨어졌다. 레미콘 업계 역시 벌크시멘트 가격이 ㎥당 7,000원까지 오르면서 레미콘 제조원가는 지난해보다 7.6% 상승한 반면 건설현장 등에 납품하는 레미콘 가격은 전혀 인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플라스틱 등 많은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최근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원자재가 급등에 매년 벌어지는 납품단가 인하 요구까지 겹치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의 경영 위기가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당장은 납품업체가 도산해도 다른 업체로 거래처를 바꾸면 되겠지만 결국 단가 인하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여력을 없애 완제품의 품질 저하로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한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 생기는 원자재가나 환율 변동 등의 문제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납품단가 부분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며 대기업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대기업들은 자사의 협력업체들로부터 연말 결산실적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산실적에 따라 조금이라도 이익을 내면 다시 단가 인하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단가현실화특별위원장은 “생산성 향상으로 양쪽의 압박에 대처하는 것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원자재가 인상과 납품단가를 연계시키는 연동제를 실시하는 등 특별한 조치가 없을 경우 중소기업의 줄 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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