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중-러 동맹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7월7일자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 주요 현안에 대해 좀처럼 뜻을 같이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양국은 최근 들어 자신들의 뒷마당이라 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손을 잡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중앙아시아에 주둔 중인 미군 및 동맹군의 철수시한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테러세력 소탕을 이유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주둔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철수요구에 미 정부 대변인은 미군의 기지사용은 주둔국과의 양자간 협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중국이나 러시아의 압력이 없는 가운데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미군의 철수를 요청해야만 이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있었던 시민혁명은 왜 중국과 러시아가 이들 지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는 아직도 이들 국가들이 예전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경우 풍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이들 국가로부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바라고 있다. 게다가 중국으로서는 신장성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터키계 민족들의 민주화 요구를 막기 위해서라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권위주의적 정부가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과거의 민주화 움직임이 퇴보하고 있는 러시아와 새 지도부의 개혁노력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중국은 서방세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주 푸틴 대통령과 후 주석은 각각 미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외부의 사회 및 정치체계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 요구는 외부가 아니라 그들 내부에서 나오고 있으며 서구 민주주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국가에 줄 수 있는 어떤 것들보다도 더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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