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농협 전산장애 사고 실무진 은폐 시도 의혹

농협 직원들이 전산장애 사고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실무진 차원에서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은 14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대국민 사과 간담회를 갖고 “사고가 난 뒤 내용을 곧바로 보고를 못 받았다”며 “다른 파트에서 그 내용을 알고 부속실에 전화해서 ‘무슨 일이냐’고 따졌다”고 밝혔다. 농협의 수장인 최 회장 조차 사태 발생 이후 실무자들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농협 임직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조직 내 보고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최 회장은 또 복구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13일 아침에 와서 보고를 받을 때도 오전 11시면 복구가 된다고 하더니, 다시 오후 2시 얘기를 하더라”며 “기자들이 당한 것(농협이 밝힌 복구완료시간이 여러 차례 지연된 점)이나 내가 당한 것이나 똑같다”고 까지 말했다. 최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조사가 다 끝나면 직원이든, 용역회사든 잘못한 부분에 대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사건을 은폐하거나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번 전산장애로 고객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얼마가 되든 모두 보상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농협은 구체적인 보상안을 다음주에 결정해 고객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대출 이자나 관리비, 공과금 미납과 이로 인한 수수료 부분에서도 차액을 전액 보상하고 연체 기록도 없애 신용등급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전산장애의 발생 원인은 농협중앙회 IT본부 내에서 상주하던 협력사 직원의 노트북을 통해 각 업무시스템을 연계해 주는 중계서버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됐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와 금융거래 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업무시스템의 거래를 모두 차단하면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농협은 자료를 통해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은 발견 즉시 저지됐으나 명령이 실행된 약 5분 동안 275개의 서버에서 데이터 일부가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본 서버를 포함해서 농협 IT본부가 운영하는 553개 서버의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재부팅을 실시했고, 각 서버들의 이상유무를 점검하다 보니 상당시간 복구가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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