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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사이트의 총선 투표 캠페인. 늘 휴대폰으로 "민식이냐?"라고 물었던 '코미디 빅리그'의 김꽃두레가 이번에는 이렇게 묻는다. "민심이냐?"
2012년 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4ㆍ11 총선이 끝났다. 그리고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완패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석들은 '오만함이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판세만을 과신했던 탓에 쇄신도 원칙도 없이 반대와 밀어붙이기만을 고집했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2.3%가 '막말 파문'을 선택했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총선은 끝났지만 레이스는 계속된다. 각 정당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일찌감치 대선을 준비하려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분주한 움직임에 기업들의 긴장감은 숨돌릴 틈 없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주말에 만난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기업들이 숨을 죽여야 하는 이 어색한 장면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 국내기업 절반 이상(56.2%)이 올해 양대 선거가 예년 선거보다 경제에 미칠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선거로 인해 경영활동이나 의사결정이 가장 어려워질 시기로 가장 많은 기업이 '총선 이후'(79.8%)를 꼽았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는 '불편한 진실'이다.
야권이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와 증세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다양한 계층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교훈으로 남았으면 한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양극화의 책임을 대기업으로만 돌리는 것은 진보와 보수 모두 '쉬운 정치'를 하는 것"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총선으로 '쉬운 정치'의 유효기간은 끝나 버린 셈이다. 용도 폐기된 공약의 재활용보다는 유권자를 설득시킬 참신하면서도 보편 타당한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8개월간 대선 레이스를 펼칠 후보들과 각 정당이 전략을 세워 비전과 공약을 제시하기에 앞서 이렇게 물어, 그 타당성을 먼저 검증해보기를 바란다. "민심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