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위 조사 시기·방법 문제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LG SK 현대차 등 6개 재벌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부당내부거래는 한국의 외환위기를 초래케 한 기업부실의 원인이었고, 요즘 미국의 경제위기에서 나타난 분식회계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상시적으로 감시해야 할 대상이다. 기업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 임기말에, 경제가 어려운 때에 웬 조사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권의 레임덕이나 경제난이 기업의 비리를 용인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언제 어떤 조사를 받아도 떳떳할 수 있도록 투명경영에 힘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조사의 명분이나 방법 등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 공정위는 조사의 명분을 이달초 금감원이 발표한 12개 대기업의 지난해 재무제표 분석결과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이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32.5%로 전년의 35.3%에 비해 2.8%포인트 낮아졌으며, 4대그룹의 경우 37.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나 역시 전년에 비해선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의 상호의존도도 7.4%에서 7.7%로 다소 높아지긴 했으나 크게 우려 할 수준은 아니었다. 부당내부거래가 감소추세 임에도 일제조사에 나서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그 같은 조사는 추세가 반전됐거나 그것도 심각한 수준일 때 실시해야 옳다. 조사대상을 선정한 것도 구태의연하다. 4개 재벌기업에서 20개 씩 80개 기업을 조사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작위적이다. 모든 행정적 조사는 혐의가 현저한 경우에 한해서 선별적으로 하는 것이 정도다.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사를 비밀로 해서 기업의 명예를 보호해줘야 한다. 특정한 기업을 조사하면서 다른 기업을 끼워넣는 물타기식 일제조사는 이제 탈피해야 한다. 조사에 앞서 해당 기업들에게 내부거래에 관한 자료를 사전 제출하게 하는 것도 행정편의적이다. 기업들의 내부거래에 관한 사항은 공정거래법이나 증권거래법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상시 감시체제를 통해 공시된 것 이상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공정위가 기업에 정보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조사는 이중규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해서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낸 사안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내부거래조사를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에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착수함으로써 공정위는 레임덕 방지차원의 재벌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왕 시작된 조사라면 투명하고 집중적이되 조기에 마무리 해 기업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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