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규제 부활… 기업들 "한국 떠나고 싶다"

政·官, 상생명분으로 압박<br>'新사농공상' 재연 조짐에<br>재계, 말도 못하고 속앓이


국가의 부(富)를 책임지는 대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위에 군림하며 명령하는 이른바 '신 사농공상'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서다. 정부는 물론 행정부를 감시할 정치권도 상생협력을 명분으로 대기업을 압박하며 몰아붙인다. '사(士)'가 '공(工)'과 '상(商)'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압박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 재계는 요즘 제대로 된 말 한마디도 내놓지 못한다.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 입을 화가 두려워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가 실종되고 시장원리가 훼손되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대기업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친기업 환경 조성은 상생과 포퓰리즘에 몰려 멸종 위기에 있다. 이에 반해 규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숨죽이는 재계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공세는 포퓰리즘을 넘어 권력 만능 권위주의로 치닫고 있다. 대ㆍ중소 상생의 책임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이지만 청와대와 여러 부처들이 '자신들이 아니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며 앞다퉈 대ㆍ중소 상생을 감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행정부 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을 맡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불공정거래 관행, 사내 하도급 등을 국감에서 다루겠다며 대거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요즘처럼 기업하기 힘든 적이 없다"면서 "한국을 떠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국내 1,000대 기업은 이미 한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체 기업의 0.3%인 이들이 지난해 1,732조원의 매출을 기록, 국가 GDP(1,063조원)를 능가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이기도 한 대기업이 받는 요즘 대접은 한마디로 '죄인'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대ㆍ중소 상생 등을 통한 대기업 때리기와 반기업 정서 확산은 포퓰리즘에 의한 복지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친서민 행보가 포퓰리즘으로 변해 정부 만능의 권위주의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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