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경포커스] 美,항공사지원하면서 하이닉스 발목 왜잡나

한국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유동성 지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규정, 통상압력을 가했던 미국이 테러 참사 이후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국 항공산업에 대해 전례 없이 15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다.미국의 항공산업은 참사 이전부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고 이번 구제금융으로 회생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항공산업 구제금융을 계기로 그동안 미국 정부 통상논리에 허점이 생겼고 이에 한국 정부도 미국의 통상압력에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현금 50억 달러, 정부 지급보증 100억 달러로 한국 돈으로 20조원 상당에 이르고 있다. 정부 지급보증분은 연방정부의 예산이 직접 투입되지 않지만 항공사가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저금리의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파산시 정부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간접적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지급보증은 당초 연방정부 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의회가 항공업계의 로비를 받아들여 추가된 것이다. 구제금융은 미국이 외국에 통상분쟁을 제기할 때 전가의 보도로 사용했던 무기다. 지난달 도널드 에반스 상무장관은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산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이며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었다. 하지만 미국 항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과정에서 한국의 하이닉스 지원에 문제시됐던 내용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항공사들은 테러참사에 앞서 경영부실을 겪었으며 폴 오닐 재무장관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분석에 따르면 테러 참사로 인한 공항폐쇄ㆍ보험금 상승ㆍ승객 감소 등으로 4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는데 미국 정부는 이 업종의 로비로 그 동안의 경영부실까지 지원한 셈이다. 공화당의 로이 브런트 하원의원은 "참사 이전의 경영부실을 지원해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도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항공산업이 회생할 지가 미지수라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 71년 록히드 항공 ▲ 75년 뉴욕시 ▲ 76년 그러펜센트럴 철도 ▲ 79년 크라이슬러 자동차 ▲ 89년 상저축대부조합(S&L)에 대해 구제금융을 지원한 적이 있다. 구제금융은 부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기 때문에 시장 경제원리상 옳다고 할 수 없다. 정부가 한 곳을 지원하면 다른 곳에서도 지원해달라고 아우성이고 결국 경영부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공산업이 구제 받고 난 후 보험회사들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한국을 비롯, 아시아ㆍ유럽의 항공사들도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도 항공사에 대해 구제금융을 지원한 만큼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 수단으로 적용해온 기존의 논리가 명분을 잃은 것만은 분명하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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