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미국 언론과 월가에서는 “이제 IBM은 끝났다”라는 평가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 세계 최고의 컴퓨터 제조회사였던 IBM이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현금이 바닥나버렸기 때문이다. 메인 컴퓨터에서 PC로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역사 속에 사라질 뻔한 IBM을 극적으로 회생시킨 이가 바로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다. 한편 잭 웰치 회장은 관료적이고 보수적이었던 ‘공룡 GE’를 단순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웰치와 거스너. 두 사람은 위기에서 회사를 구한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로 꼽힌다. 그리고 이들은 ‘강한 경영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웰치가 5년간 11만명을 해고하고 거스너 역시 임직원의 4분의1을 해고할 정도로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경영을 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울러 이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강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가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한 리더십을 보유한 경영자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강한 리더십은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는 투명성과 윤리성에서 비롯된다. 투명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투명경영은 원래 위기국면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부조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조직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스스로에게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의 과정에서는 성장을 위해 투명성과 윤리성이 종종 무시돼왔고 아직까지도 우리 노동운동이 불법과 과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 시기의 역사가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투명한 기업, 윤리적인 경영자 아래에서는 불법 노동운동이 발붙일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고도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강한 경영자’이며 강한 경영자의 조건은 투명경영으로 무장한 경영자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투명경영은 더 이상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