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 위기에 직면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사진)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을 ‘정책마비(policy paralysis)’로 꼽고 이로 인해 한국이 일본의 장기 불황 같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페섹은 14일 블룸버그통신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한국이 성장률 8~10%씩 고속 성장을 하다 최근 4%까지 떨어지면서 침체(recession)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일본의 ‘하이테크’와 중국의 ‘저비용’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까지 겹치면서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페섹은 “원화 강세, 고유가, 부동산 투기 등으로 지난 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며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은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책마비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들었다. 형편없는(poor) 경제점수와 낮은 지지율, 대선을 앞둔 내분 등으로 노무현 정부가 기업 및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정책조율을 제대로 이뤄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페섹은 “한국이 현재의 경제성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이조차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big ‘if’)”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