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아홉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의 골자인 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는 수요와 공급으로 자율적인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경제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이어서 그 파장이 어떨지 주목된다. 시장은 벌써부터 이런 여건에서는 사업을 포기하기는 편이 현명하다는 업체들과 아파트값이 어떻게 될지 판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소비자들로 어수선하다.
과거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부동산시장을 돌아보자.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0년대 후반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10만가구를 훌쩍 넘어 건설회사들의 도산이 속출했고 건설교통부 공무원 사이에서는 “제발 투기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때문에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가 잇따랐고 현재의 부동산값 폭등의 빌미가 됐다. 반대로 참여정부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수십차례에 걸쳐 할 수 있는 규제조치는 모두 동원했다. 2~3년 후 우리의 부동산시장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 대책을 세우면서 정부는 당초 이렇게 무차별적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고려하지 않았었다. 분양원가 공개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공급이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분양가상한제는 집을 구입하기 힘든 서민들을 위해 중소형평형에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며 중대형은 고급 수요를 원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것이 시장경제에 맞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논리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당이 여론몰이식으로 ‘무조건 집값부터 잡아야 한다’고 밀어붙이면서 이해하기 힘든 내용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와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 재창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권과 당정협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규제나 세제가 약해 실패한 게 아니다.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재건축 억제, 대출 규제 등 각종 규제와 세제만으로 본다면 부동산 가격은 벌써 꺾였어야 맞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역효과가 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도 제대로 된 내역을 공개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공개한다 치더라도 논란만 부추겨 공급을 위축시킬 분양원가 공개를 핵심에 넣은 것은 ‘정치적인 쇼’라고 밖에는 표현하기 어렵다.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참 나쁜 부동산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