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백평의 매장을 갖춘 대형서점들이 수도권과 지방도시에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대형서점들이 늘어나는 것은 출판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존공생의 발전적 관계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싶다. 우선 대형서점의 확산으로 매출 신장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또한 대형서점이 늘어나는 것은 독자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서점이든 새로 생긴 서점이든 출판사와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공생관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이런 사실을 전제로 출판사 경영자로서 대형서점에 대한 희망사항을 몇 가지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도서관기능 갖춰 나가야
대형서점은 그 지역의 문화중심적 기능과 함께 출판 유통을 최일선에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대형서점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이러한 기능과 역할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형서점의 문화중심적 기능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도서관 정책이란 없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대형서점에 마저 책이 없다면 독자들은 어디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서점들이 갖는 존재의미는 크다. 서점들이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 정책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구색을 갖추는데도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어떤 이벤트보다 중요한 대형서점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왕 구색을 갖추기로 할 양이면 독자들이 보다 쉽게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도록 진열방법을 바꿨으면 한다. 컴퓨터로 확인해보면 분명히 입고됐는데도 불구, 서가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나름대로 전문 분야가 있어서 같은 계통의 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점의 서가를 살펴보면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출판사의 같은 계통 책도 함께 꽂혀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찾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윤에만 집착 말아야
그것은 출판사 뿐만 아니라 서점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아이덴티티(Identity)의 강화에 의한 판매 촉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 꽂히든 따로 꽂히든 서가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같지 않은가? 같은 출판사의 같은 계통책을 모아서 진열하는 것은 서점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형서점이 일선 출판 유통의 주역으로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윤에만 집착한 나머지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 정책으로 기형적인 상품 구색을 고집한다면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형서점의 문화중심적 기능과 출판유통 선도 역할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 서점이든 출판사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칫 꿩 놓치고 알도 깨는 어리석음은 서로가 범하지 않고 공존공생의 발전적 관계를 유지해가기를 바란다. 독자는 우리 편이라는 믿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