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김정은 '북한판 덩샤오핑' 될까


올해 한반도 정세의 최대 관심사는 '초보운전'을 시작한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느냐 여부일 것이다. 후계수업이 짧은 28세의 젊은 지도자가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식량난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 당시에는 20여년 동안 준비해온 김정일 후계체제가 곧바로 작동해 유훈(遺訓)통치를 하면서 권력공백을 막을 수 있었다. 김정일 사후 준비된 김정은 체제도 곧바로 작동, 외견상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후계 준비가 덜 돼 순항 여부는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효율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美 현상유지 원해 조기 안착할 듯

김정일의 유고를 급변사태와 동일시했던 한국 정부도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바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곧바로 김정은 체제를 '승인'하고 권력승계를 계기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 자극을 삼가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순항에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 문제다. 북한의 경제사정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먹는 문제 해결 등 인민생활 향상을 올해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어렵다. 최근 북한에서 '강성대국'이라는 통치 슬로건보다 '강성국가'라는 용어의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올해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중간 목표로 강성국가를 제시, 인민들의 기대치를 낮추고 '강성부흥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총 돌격전'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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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권력기반이 취약해질 경우 김정은 정권은 대남 강경노선을 견지하면서 내부 통제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올해 남측의 총선ㆍ대선 등을 의식한 대남 선전선동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 북한은 연일 대남 비난공세를 퍼부으며 남측이 지난해 조건 없는 남북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조문을 불허한 것, 특히 표적지와 대북전단 등을 통해 북측의 '존엄'을 건드린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가능성을 시사하며 남측을 압박하고 내부결속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중국ㆍ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북미관계 진전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식량난을 해소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까지 북한과 미국은 3차 북미회담을 위한 협상을 지속했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내심 못마땅하게 여겼던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 사후 곧바로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승인하고 평화적ㆍ안정적 전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밝힌 것은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착이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것은 당장 김정은을 대체할 인물이나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서방 경험이 있는 김정은 체제를 안정화시켜 김정은을 '북한판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 개선 안되면 강경노선 펼 것

김정은 체제는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미국 등 주변 국가들의 승인ㆍ개입 덕분에 조기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ㆍ중국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북한의 급변사태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면서 최선은 아니지만 가장 쉬운 '현상유지'를 바란다.

김정은 정권이 개방 등 정책 전환을 선택할 것인지는 한국ㆍ미국ㆍ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어떤 대북정책을 펴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변수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등에 곧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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