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지구촌 투자길 닦자”/사업장 146곳 「경영 새신화」 쓴다/미가전 인전자 중TV 베트남통신 등 뿌리 내리기… “매출 150조 이룩” 청사진지난 7월 10일 영국 다우닝가의 수상 집무실. 메이저 영국수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경제계를 놀라게 하는 「중대발표」를 했다. 『한국의 LG그룹이 웨일스에 2002년까지 모두 26억달러를 투자해 종합가전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영국의 투자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이번 대규모 투자에 영국을 대표해 감사를 표한다.』 수상이 직접 외국기업의 투자계획을 발표, 주목을 끌기도 했던 이 투자계획은 유럽의 「일대사건」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외국기업의 유럽투자(단일투자규모)중 최대규모였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규모로도 사상최대.
「한국의 LG그룹이 유럽투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국이 영국을 들뜨게 했다」 「한국기업의 투자로 웨일스를 잔치집분위기로 만들었다」 헤럴드 트리뷴·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파이낸셜 타임스 등 유수언론들은 LG의 웨일스투자를 이렇게 표현하며 집중보도했다. 또 프랑스 투자진흥청장은 현지잡지와의 인터뷰에서 LG의 영국선택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LG의 투자계획은 그만큼 유럽각국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에앞선 지난 95년 7월, LG는 미 경제계를 충격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미국가전 산업의 마지막 보루였던 제니스사(인수금액 3억5천만달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미 가전시장은 RCA·매그너복스·제니스 등 3사가 장악하고 있었는데 RCA와 매그너복스는 프랑스 톰슨과 네덜란드의 필립스로 각각 인수되고, 제니스만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LG에 넘어가게 됐다. 미 경제계가 시끌벅적한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뉴욕 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USA투데이·시카고 트리뷴·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마지막 (The last)」이라는 말로 아쉬움과 충격을 표현했다.
「놀라움」과 「충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LG는 올들어 굵직 굵직한 세계화계획을 잇따라 발표, 국내외 경제계를 놀라게 했다. 구본무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화제를 낳았다. 구회장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스킬올림픽 96」행사에서 2000년까지 동남아·인도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고 지난 5월에는 중국에 2005년까지 1백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중국전략을 밝혀 재계를 긴장케 했다. 또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전략회의에선 2002년까지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중부유럽에 12억달러를 투자, 유럽내 글로벌경영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LG의 이같은 전략은 단순히 「장밋빛 비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LG」브랜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내 최대공단인 베카시공단. LG전자의 전자복합공장(LGEDI)이 세계시장을 공략목표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2억5천만달러를 투자, 지난 7월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 LGEDI는 컬러브라운관 연간 3백만개, 모니터용 브라운관 60만개, 전자총 6백만개, 모니터 60만개, VCR 1백50만개를 생산할 수있는 인도네시아내 최대 전자복합공장이다. 이 공장 준공식땐 수하르토대통령이 직접 방문,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LG는 앞으로 5년내 이 공장에 2억달러를 추가투자, 말그대로의 전자복합단지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자카르타 근교 시라랍에 자리잡고 있는 LG가전공장(LGEAE)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5백여명의 현지종업원들이 LG가전제품으로 동남아를 공략하기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된 컬러TV는 LG제품이 인도네시아 시장의 20%를 점유,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이집트 카이로시 근교에 위치한 LG컬러TV용부품공장(LGEEG). 컬러TV용부품과 튜너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지난 90년 설립한 이래 지난 94년까지 매년 2배가까운 매출신장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천2백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94년보다 40%에 달하는 고성장을 이뤄냈다.
중국 내륙도시인 호남성 장사시에는 지난 5월 중국최초의 컬러브라운관공장이 준공,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LG전자공장(LGESG)이다. 모두 1억7천만달러가 투자된 이 공장은 2000년까지 매년 70%이상의 고성장을 기록, 최소 중국시장의 16.7%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정보통신과 전선은 베트남에 전자교환기공장(VKX)과 광통신 케이블공장(VINA―GSC)을 건설, 베트남 통신사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특히 VKX는 전자교환기는 물론 유무선전송장비 등의 공급을 추진하며 종합통신망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현재 LG그룹의 전세계 사업장은 1백46개. LG는 이를 오는 2000년에 2백여개, 2005년에는 4백여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2005년에 총매출 3백조원의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있다.
『국내가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의지」로 「새출발」을 시작하자.』 구회장이 지난 3월 그룹의 뉴비전인 「도약 2005」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이 말에 따라 LG는 웃고있는 형상의 「LG로고」를 세계속의 미소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을 본격추진하고 있다.<이용택>
◎LG의 독특한 행사 「스킬올림픽」/해외 전략 거점서 회장 등 전직원 참석… 사업경쟁 역량 키우고 붐조성
LG그룹의 세계화전략 중에는 다른 그룹에 없는 독특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스킬(Skill) 올림픽」이다. 스킬올림픽은 해외전략거점지역에서 국내외 LG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결하기 어려웠던 경영과제를 돌파해 나가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
세계초우량기업을 경쟁상대로, 세계시장을 사업무대로 삼는 「세계적인 관점에서의 경쟁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 행사의 목표다. 여기에는 전략거점지역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 「LG붐」을 조성한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스킬올림픽 96」이 이같은 전략에서 마련된 첫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 사장단 40여명과 임직원 5백여명, 각국 현지직원과 동남아지역 거래선 1백여명이 참석했다. 특별전세기가 준비됐고 발리섬의 덴파사르공항과 시내 곳곳에는 이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행사에는 현지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이는 자연스레 비즈니스 활성화로도 연결되고 있다고 LG측은 설명한다.
LG는 이 행사를 올림픽과 같이 4년에 한번씩 해외전략거점에서 개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행사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국내 스킬경진대회로 대체된다.
2회 스킬올림픽은 중국 북경과 베트남 중 한곳을 선택,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곳에서도 「LG붐」을 조성한다는 것이 LG의 계획이다. 또 중부유럽 투자전략 중심국가인 폴란드에서도 개최하고 그 다음으로는 중남미지역에서 국내·현지직원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LG는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 경쟁의 관점을 세계로 넓히면서 각 전략거점지역에서 LG의 위상을 부각시킨다는 것이 스킬올림픽의 목표』라며 『이 행사는 국내 1, 2위가 아니라 월드베스트를 목표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LG의 세계화 의지를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화 주도 「해외사업추진위」/회장 직속기구로 주요 정책 심의·조정/미주·중국·동남아 등 3곳에 지역본부
LG그룹의 세계화전략은 회장 직속 기구인 「해외사업추진위원회」에서 만들어진다.
지난 93년말 구본무회장이 부회장시절 직접 만들어 관장했던 이 위원회는 현재 LG의 해외사업관련 주요정책을 심의·조정하고 있다. 의장은 변규칠 그룹부회장. 구회장은 그룹회장 취임전까지 이 위원회의 초대의장직을 맡아 LG의 해외사업을 주도했다.
해외사업 전략수립, 해외사업 관련사항의 심의, 해외조직의 설치 및 운영, 해외사업 인재육성계획 수립등이 이 위원회의 주요임무다. LG가 최근 대단위 투자를 골자로 한 중국전략과 동남아·인도전략, 중부유럽전략을 확정, 발표한데는 이 위원회가 중심역할을 했다. 미주·중국·동남아 등 해외 3개주 요지역에 지역본부를 설치하고 지역본부장을 사장급으로 격상시켜 파견한 것도 이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위원은 성재갑 화학부회장, 구자홍 전자사장, 박수환 상사사장, 홍해준 엔지니어링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 10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