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산 '라페스타' 거리의 음악카페 '올드 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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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올드락' 한종화 사장은 벽면을 꽉 채운 스피커 시스템을 직접 디자인한 오디오 전문가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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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진동 세라돈 노희택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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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낭만파 몰리는 '음악카페'
"룸살롱, 나이트클럽은 싫다"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맹준호기자 next@sed.co.kr
일산 '라페스타' 거리의 음악카페 '올드 락'
압구정동 '피터 폴&메리' 한계남 사장은 벽면을 꽉 채운 스피커 시스템을 직접 디자인한 오디오 전문가다. /이호재기자
청진동 세라돈 노희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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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주객전도 라이브쇼!
『 한국인의 술자리는 객기와 획일화 된 전체주의가 지배한다.
1차에서 고기 안주에 곁들인 소주로 발동이 걸리면, 2차는 여지 없이 맥주 입가심이고, 3차는 단란주점에서 폭탄주 돌리기다.
세계사에서 근대화,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 기간내에 이뤄낸 악에 바친 ‘죽기살기 정신’은 업무 시간도 부족해, 회식 자리 까지 이어진다.
이미 자리를 옮길 때 마다 몇 순배씩 돌아간 소주, 맥주와 폭탄주로 의식은 가물가물해져도 한 순간의 실수나 방심은 용납되지 않는다.
헛소리와 공허한 웃음장단의 되풀이에 눈과 다리가 함께 풀리면, 월급쟁이들의 피곤한 귀가는 그제야 시작된다.
먹고 살려고 다니는 직장이지만, 회식문화 만큼은 먹고 죽을 기세다.
회식까지 악에 받쳐 밀어 붙이듯 해치우는 그 들도 한 때는 낭만을 찾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기름진 점심을 먹으며 속전속결에 목을 메고 있지만, 한 때는 라면을 먹을지언정 ‘만만디’의 여유를 즐긴 적도 있었다.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통기타 코드를 잡고, 음악다방에 앉아 노래를 신청하고, 멜로디를 따라서 흥얼거리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이 그리운 샐러리맨들의 노스탤지어를 달랠 곳은 마땅치 않다.
고깃집 옆에는 호프집이고, 호프집 옆에는 단란주점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동료, 상사의 행동거지를 세치(三寸) 혀로 난도질 하는 술자리 대신, 음악에 묻혀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은 이 들이 있었다. 폭탄주로 의식을 잃는 대신 두런두런 나누는 정담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들이키고 싶은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갈 곳이 없었다.
입맛에 맞는 술집을 찾을 수 없었던 그들은 직접 카페를 차렸고, 술집을 차리지 못한 이들을 그 술집을 찾았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술 대신 낭만을 팔고, 돈 대신 사람을 모으는 올드 카페(Old Cafe) 에 관한 이야기다. 』
■ 일산 '올드락'
"3차 와서 무슨 안주냐"
손님 주문 말리는 주인
월말엔 단골과 삼겹살 파티도
일산 라페스타 거리에서 음악 카페 ‘올드락’을 운영하는 한종화씨(49)는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한씨는 불과 몇 달 전 만 해도 6년간 영업을 하던 점포에서 쫓겨나 오갈 곳이 없는 신세였다. 체념에 빠져 있던 한씨가 한숨만 내쉬고 있던 순간 구원의 손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가왔다.
한씨의 딱한 사정이 알려진 후 얼마되지 않아 단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돕겠다고 나섰기 때문. 어떤 단골은 새로 이사 가는 카페에 카펫 깔아주고, 또 어떤 이는 프로젝터를 설치해주고, 또 어떤 고객은 바를 설치해주고, 쇼파를 사주기도 했다. 무이자로 돈을 꿔준 이도 있었다.
한씨가 점포를 옮기면서 들어간 돈은 전체 예산의 절반 뿐. 나머지는 모두 단골들이 거들었다.
한씨는 “먼저 영업을 하던 점포의 주인이 가게를 비워 달라면서 권리금은 고사하고, 인테리어도 원상복구 해놓고 나가라고 할 땐 앞이 캄캄했었다”며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힘을 보태 마련한 이 점포는 내 것이 아니라 손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인복(人福) 많은 한씨의 올드락 운영비법을 살펴 볼 차례.
한씨는 원래 물려 받은 재산이 많았다.
집을 다섯 채나 가지고 있었는데 건설업에 손을 대면서 1년에 한 채씩 집이 사라지더니 90년대 말에는 전세 사는 세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실업자로 빈둥거리던 와중에 선배 하나가 나를 음악카페에 데리고 가더니 이거나 해봐라 라고 권했는데 그 순간 ‘바로 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름대로 색깔을 입혀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밥만 먹고 살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처음 개업하고 3년 동안 그는 손님 없는 가게 앞 잔디밭에서 홍어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서부터 단골들이 생겨났고, 한씨는 그들과 가족 처럼 살갑게 지냈다. 현재 그의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등록해 놓은 단골 고객은 150명. 이중 열흘에 한 번 꼴 이상 오는 단골은 60명 정도다.
지역이 일산이니 만큼 고객들은 90%이상이 대학시절 홍익대와 연세대가 있는 신촌지역에서 어울렸던 정서적 공감대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한씨의 가게에서는 식사를 팔지 않는 다는 것. 그는 2,3차 하러 오는 고객들에게는 “배 부른데 뭘 또 먹으려느냐” 며 안주도 권하지 않고 새우깡이나 멸치를 그냥 내놓기 일쑤다.
그는 취재가 끝날 무렵 “우리 나이에 직장에서 떨려 나면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하기 힘든데 이렇게 점포를 갖고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매일 만날 수 있으니 난 참 행복하다”며 “단골들이 매주 마지막 금요일이면 우리 가게로 모여 삼겹살 구워 먹는 홈커밍 파티를 하니 당신도 한 번 놀러오라”고 했다.
■ 압구정동 '피터 폴&메리'
'중장년층 술집' 없어 직접 차려
멀티 앰프 시스템 손수 제작…40대 전후 고객 발길 잦아
압구정동 지하철역 인근에 최근 문을 연 ‘피터, 폴& 메리’는 오디오파일인 한계남(51)씨가 운영하는 전문 음악카페다.
이 업소의 특징은 한사장이 직접 제작한 오디오 시스템.
한사장은 4개의 앰프를 사용해 주파수대역별로 나눠 음원을 증폭시켜 주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이른바 4웨이 멀티 시스템인 셈이다.
JBL 4550BK 우퍼를 이용한 복각 스피커로 중저역대 소리를, 가우스4080 드라이버와 JBL2360혼(horn)으로는 중고역대를, JBL2405 트위터로는 초고역대 소리를 낸다. 또 벽돌로 쌓아올린 스피커 상자에는 이탈리아 B& C의 18인치 우퍼가 저역대를 책임지고 있다.
한씨가 오디오를 처음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한씨는 대학때 일본 오디오 잡지 ‘스테레오’를 탐독했는데 여기서 본 고급 오디오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광고회사에 취업을 하자마자 마크레빈슨, 매킨토시, 피셔 등을 섭렵했고, 마침내 84년 끌고 다니던 르망 승용차에 멀티앰프를 설치했다.
멀티앰프에 매료된 한씨는 2002년 리스닝룸에서 멀티앰프를 시작했고, 지난 6월 마침내 음악전문 카페를 오픈했다.
한씨가 음악전문 카페를 오픈한 이유는 중장년층이 편하게 술 마실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한씨는 “어딜 가도 젊은이들 위주 업소들 뿐이고 우리 또래는 갈 곳이 없어 아예 내가 카페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장사는 좀 되냐?”는 질문에 한사장은 “손님이 적잖아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다”며“오디오 동호인 모임과 블로그를 통해서 알음알음으로 사람들이 찾아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소 특성상 손님들 중에는 음악 애호가들이 많아 한번 온 사람은 대개 단골이 된다”며“40대를 기준으로 열살 안팎이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보다 이런 분위기와 음악소리가 편하고 좋아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틀어주는 음악은 주로 락(Rock)등 주로 올드 팝 계열이다. 한씨는 “클래식은 한 곡의 길이가 평균 20분 정도여서 같은 시간에 가요나 팝 6곡을 틀 수 있다”며 “클래식을 틀면 손님들의 신청곡을 소화할 수 없어 컨셉을 이렇게 잡았다”고 말했다.
■ 종로구 청진동 '세라돈'
'김광석' 세대가 주 고객
'시끄럽다' 는 손님도 있지만
음악 애호가 위주 단골 몰려
서울 청진동 종로구청 인근 음악카페 세라돈을 운영하는 노희택 사장(38)은 무교동에서 10년 간 직장 생활을 하며 ‘2차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고 술 한 잔을 곁들여 감상할 수 있는 옛날 식 음악카페가 직장 주변에 없는 게 늘 아쉬웠다. 그래서 지난 2002년 직장을 그만 두고 음악카페 세라돈을 차렸다.
“386이다, 7080이다 하는데요, 사실 직장 다니면서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 게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놀이문화 잖아요. 그런데 2차 갈 데는 마땅치 않아요. 당시 무교동을 예로 들자면 주변 상권을 고깃집과 단란주점이 양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요.”
노 사장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LP 4,000장, CD 1,300장의 개인 컬렉션을 갖게 됐고 이것이 창업의 가장 기반이 됐다. 노 사장은 세라돈에 개인 음반을 대부분 옮겨 놓고 손님들의 신청곡에 응하고 있다. 월 평균 40만 원 이상을 음반 구입비로 지출한다. 음반 구입의 원칙은 ‘손님이 신청하는 곡 중 가지고 있지 않은 음반’이 우선이고 최신 음반 중 중요한 것들 또한 빼놓지 않고 구입한다. 오디오 장비는 80년대 초반 대 히트를 쳤던 JBL 4345 대형 스피커와 앤틱 사운드랩 진공관 앰프 등으로 구성해 카페 공간에 잘 맞는 사운드를 내도록 짰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학교 때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던 내 또래 정서가 통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습디다. 음악 소리 줄이라는 손님과 크게 틀어달라는 손님이 상충하면 아주 분위기가 이상해 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골 위주로 손님 층이 형성되더군요.”
음악카페 마다 주로 트는 음악 장르가 있다. 신촌ㆍ홍대 주변에서는 록이 대세지만 세라돈에서는 올드 팝과 옛 가요를 찾는 손님이 가장 많다. 가요로 치면 김정호 음악을 찾는 손님이 가장 연령이 높은 층이고 김광석과 김현식을 찾는 손님이 주력 단골 층을 형성한다. 팝으로 치면 이글스를 좋아하는 세대가 주된 고객 층.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장르는 50년대 재즈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손님이 원하는 곡을틀어야죠. 옛날 음악다방 DJ 하시던 분들이 와서는 ‘업소 분위기는 네가 이끌어 가는 거다’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만, 손님이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게 옳은 것 같아요.”
노 사장에 따르면 몰락했던 음악 카페들이 최근들어 서서히 다시 생겨나는 분위기라고 한다. 옛날 LP를 구입하기 위해 회현 지하상가에 가면 새롭게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부쩍 많이 만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음악 소비 패턴은 분명 예전과는 달라졌다. 때문에 음악 카페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노 사장은 “지금 세라돈에서는 김광석이 대세지만, 오래지 않아 윤도현이 대세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 “90년대 이후의 음악, 21세기의 대중음악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를 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라돈은 주변에 신문사와 관공서가 밀집한 여건 때문인지 폭탄주를 마시는 손님이 많다. 그래서 12~15만 원짜리 폭탄주 세트 메뉴를 준비해 놓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폭탄주에 취한 손님이 진지하게 음악을 감상하기는 어려울 터. 매상을 가장 크게 올려주는 손님들이 사실은 카페 설립의 근본 취지를 가장 많이 훼손(?)하는 셈이다.
“겨울에 하나같이 외투를 입은 직장인 손님들을 보면요, 마치 곰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카페를 하면서 ‘우리나라 남자들 나쁜 사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청곡 나오면 좋아서 엄지 내미는 중년 남성들 한 번 보세요. 제 음악 카페는 좋은 사람들의 사랑방입니다.”
■ 삼청동 '라끌레'
오로지 '재즈' 만… 매일 공연
골목 안 지하불구 손님 '북적'
삼청동 문화 거리 '대표 선수'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부근 음악카페 ‘라끌레’는 삼청동 문화 공간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집이다. 골목 안 지하인데도 불구, 손님들이 다 ‘알아서’ 찾아오는 곳이다.
라끌레는 특히 재즈로 유명한 카페다. 저녁 시간 매일 재즈 밴드의 공연이 열리고 공연 시간 외에도 오로지 재즈만 들려준다.
재즈로 유명한 곳이지만, 재즈 마니아만 찾지는 않는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려는 사람들도꽤 많이 온다. 라끌레의 사장인 이영원(57) 이혜전(50)씨 부부는 “화장실 위치를 묻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볼 때 반 이상이 처음 오는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새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 카페가 꽤 알려진 집이라는 뜻이다.
음악 카페, 특히 재즈 카페에서는 선곡이 매우 중요하다. 재즈를 많이 아는 손님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적인 선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끌레는 특이하게도 공연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이 한 주 동안 카페에서 틀 곡목을 정해준다. 이영원 사장은 “아티스트들이 공연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통해서도 자기 색깔을 드러내게 했다”며 “선곡의 일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원래 언론사 출신이다. 주로 잡지 쪽 아티디렉터로 일하다 지난 96년 은퇴하고 작품활동을 하다 라끌레의 원래 주인인 사진작가 문순우 씨로부터 카페를 물려 받았다.
요즘 재즈 리스너들의 특징은 젊은 층이 대거 편입되?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라끌레에도 예전에는 40~50대 손님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젊은 재즈 동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때문에 음식과 안주 메뉴 구성에서 젊은 층을 외면할 수 없고, 가격도 많이 받기가 어렵다.
라끌레에는 원래 주인이었던 문순우 씨가 직접 수집한 고가의 오디오 장비가로 음악을 들려준다. 카페 공간을 나무로 꾸몄기 때문에 실내에 울리는 공명음이 특히 곱다.
라끌레를 찾은 손님 전소영(21ㆍ대학생) 씨는 “재즈를 접하기 위해 찾아와봤다”며 “사실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는 힙합이 대세지만, 접할 기회만 확대된다면 재즈에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낭만을 찾아서
우현석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사회 구성원의 지위나, 빈부, 학력의 고하와 상관이 없이 비슷합니다.
이 것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덕분에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높은 사람, 낮은 사람과 어울려 보고 깨달은 경험칙 입니다.
우리들은 기사에 쓴 것 처럼 식사를 겸한 1차와 입가심의 2차를 거쳐 막판에는 노래와 폭탄주로 정신이 혼미해 집니다. 모든 사람이 일제히 정신을 잃어야 겨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요.
동양학자인 조용헌 원광대교수는 이 같은 유희 문화를 빗대어 “유럽의 고급문화는 살롱에서 그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이제 살롱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는 룸살롱 만 있을 뿐 학자와 예술가가 모일 수 있는 진짜 살롱이 없다”고 했습니다. 교양과 토론은 간 데 없고 술이 술을 부르는 천박한 음주 문화를 질타한 것이지요.
그런데 더욱 막막한 것은 우리나라의 유희문화에 개전(改悛)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20~30년전 만 해도 곳곳에 문인ㆍ예술가ㆍ학생들이 모여 철학과 사상을 논하던 카페와 찻집들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습니다.
단란주점과 룸살롱을 탐닉하는 기성세대를 닮았는지 신세대 사이에서는 나이트와 클럽문화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조엔 18세기 프랑스에서 꽃피었던 살롱문화 보다 100여년이나 앞서 이미 토론과 사교의 문화가 꽃피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계산풍류’(溪山風流)라고 불리던 양반문화 입니다.
당시 계산풍류의 무대가 됐던 곳은 면앙정(俛仰亭), 소쇄원(瀟灑園)등 ㈐?樓亭)과 정원, 그리고 명문세가들이었습니다. 이 곳에 당대의 문인ㆍ학자들이 모여들어 철학과 문학을 논하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400년이 지난 지금, 당시와 같은 풍류와 토론이 어우러지던 고급 문화를 구현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산천이 바뀌어도 수 십번 바뀌고, 문화가 바뀌어도 수 백번이 바뀌었는데 그 시절로의 회귀가 가능하겠습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1차, 2차 끝나고 꼭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들러 폭탄주 돌리고, 노래하고, 코가 비뚫어지게 취해, 집에 가는 길에 전봇대 잡고 밤새도록 마신걸 밖으로 토해 놓아야 직성이 풀리겠느냐는 거지요.
‘벗들을 만나 술을 마실 때, 가끔 한 번씩은 선조들 흉내를 내어 볼 수는 없을까’는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참에 음악 카페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일산의 음악카페 ‘올드락’을 취재하면서 들은 사연은 너무도 따뜻해서 가슴까지 훈훈해졌습니다. 아직까지 세상엔 적잖은 낭만파들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리빙앤조이팀의 다음 번 회식은 그런 올드 카페를 찾아 해 볼 생각입니다.
● 변해가는 카페문화
맹준호
얼마 전 운전 중에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DJ 배철수 씨가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제 직업은 DJ입니다. 해외에 나갈 때 작성하는 출입국신고서 직업 난에도 ‘디스크자키’라고 씁니다.”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배 씨를 빼고, 대한민국에 자기 직업을 DJ라고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DJ가 긴 머리를 넘기며 신청곡을 틀어주는 음악 다방은 예전에 사라졌고, 라디오 방송 DJ들도 가수나 아나운서 등 다른 직업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 또는 흔히들 ‘방송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좋은 음악을 고르고 들려주는 일을 전문 분야로 삼지 않는 사람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배 씨의 ‘직업 얘기’엔 15년 넘게 팝 프로그램을 진행한 정통 라디오 DJ의 자부심이 실려있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00원 짜리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맘껏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가 많았습니다. 노량진 학원 골목의 재수생들도 땡땡이를 치면 가는 곳이 당구장 아니면 음악 카페였습니다. 그리고 DJ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술 한잔과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카페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신촌ㆍ홍대 쪽과 이태원 압구정동 및 종로 광화문 등지에 있는 몇몇 집들이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는 정도입니다. 옛날 식의 DJ들도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DJ라고 하면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옛날 식 의미보다는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 활동을 하고 음반도 발표하는 힙합 또는 테크노 장르의 아티스트라는 뜻이 더 일반적으로 통용됩니다.
왜 옛날 식 음악 카페 문화가 퇴색하게 됐을까요. 전문가들은 음악을 대하고 감상하는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영균 씨는 “예전에는 음악이 감상의 대상, 즉 소중히 여기고 향유하는 대상이었지만, 요즘은 어디서나 소비하고 버릴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굳이 찾아 다니며 들을 것들이 아닌 게 돼버린 것이다”고 했습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스타중심,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대중음악계가 재편된 이후 좋은 음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사라진 게 본질이다. 음악 카페가 사라진 것도, 음반이 안 팔리는 것도 본질에 따른 현상이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사라져갔던 음악 카페들이 최근 들어 천천히 다시 생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삽겹살, 소주, 폭탄주가 지겨운 사람들, 음악 듣는 게 좋아 라디오를 끼고 공부하던 시절이 그리운 중년들이 옛 음악을 점점 더 그리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악 카페 주인들에 따르면 손님의 연령층은 30대 중반에서 50대까지가 대부분이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돈벌이의 고단함과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중년 남성들이 주된 고객인 셈이죠.
“신청곡이 나오면 씨익 웃으며 엄지 내미는 손님들을 보면 한국 남자들 나쁜 사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 카페 세라돈의 노희택 사장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입력시간 : 2006/08/30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