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컨버전스 시대] <3>판매채널의 진화

온·오프 채널 융합… 은행업 패러다임 바뀐다<br>인터넷은행 출현이 비용절감 가져와 영업방식 급변<br>온라인채널 가치창출 비중 2025년엔 80%선 전망<br>세계최고 수준 IT환경 금융허브 도약 기회로 삼아야



2018년 8월. 한시적으로 이자소득세를 특별 감면해주는 조치가 일몰시한을 맞자 중국 전역의 상업은행 계좌에 예치된 뭉칫돈이 한국의 인터넷 은행 ‘퍼스널 뱅크’로 빠져나갔다. 같은 시간 퍼스널 뱅크의 우량 고객인 미국 뉴욕의 디자이너 랜스 모로(40)는 운동을 위해 맨해튼에 소재한 퍼스널 뱅크 지점을 찾았다. 이 지점은 1층에 고객 전용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2층에는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PB들이 고객을 상대로 재테크를 포함한 인생 컨설팅을 제공한다. 10년 뒤 은행의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기와 변화 폭의 문제일 뿐 금융 규제 완화가 본격화하면 현재의 금융개념 및 영업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은행의 경우 단순히 무점포 방식의 인터넷 영업 채널 하나가 더 생긴다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은행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으로 패러다임 바뀌어=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은행의 출현에 따라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의 본격적인 융합이 일어나며 기존 은행권의 지점이 사라지는 등 금융산업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의 은행은 곧 지점을 의미했다. 창구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현금을 찾거나 입금했다. 하지만 금융에 인터넷이 접목되면서 금융산업에서도 MS나 구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강자가 부상하며 기존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집중하고 유통해 돈을 벌었듯이 앞으로는 인터넷을 무대로 돈을 모으고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매머드 금융회사들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금융연구소인 ‘온라인 파이낸셜 이노베이션스’에 따르면 은행 기존 지점 채널의 가치창출 비중은 지난 1985년 90%에서 ▦1995년 75% ▦2005년 35% ▦2015년 15% ▦2025년 5% 등으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온라인 비중은 2005년 25%에서 오는 2015년에는 55%로 확대된 데 이어 2025년에는 80%로 높아질 것으로 점쳐졌다. 김보라 금융결제원 연구원은 “사실 금융업은 본질적으로 형체가 없고 정보에 기초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 영업에 적합하다”며 “이미 국내에서 증권업계의 키움증권, 보험업계의 교보악사자동차보험 등이 비용절감을 통한 수수료 파괴를 바탕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온ㆍ오프라인의 구분은 사라져=이미 은행권은 저축에서 투자로의 패턴 변화, 이에 따른 예대마진 수익성 악화 등으로 앞으로 금융산업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 연구위원은 “현재 세계 금융계의 화두는 비용절감”이라며 “인터넷 은행의 출현은 혁신적인 비용절감을 가져오며 기존 업계의 영업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주식거래는 대부분 사이버 거래로 전환됐고 보험도 자동차보험과 상당수 보장성 상품이 인터넷이나 케이블TV 채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제 금융권의 중심인 은행까지 인터넷이라는 판매 채널 시대에 진입하면서 고객들은 안방에서 예금ㆍ대출ㆍ외환ㆍ펀드ㆍ카드 등의 복합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무점포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고객에게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든가 아니면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토털 자산관리 등 고급의 무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고객은 주로 인터넷 혹은 휴대폰으로 금융을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신뢰와 편리성ㆍ가격 등이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흐름이 현실화되고 있다. 값싼 수수료, 높은 예금 금리 등을 제공하는 순수 인터넷 전문은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INGㆍHSBC 등은 별도의 인터넷 뱅크 사업부와 브랜드를 만들어 온라인 영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금융허브 도약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정부는 금융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금융허브 구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경제학 교수는 “런던ㆍ뉴욕은 물론 홍콩ㆍ싱가포르 등 금융허브들은 최소 백년에서 수백년간 실물산업이 융성하거나 식민지로 돈과 사람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금융도시로 발전했다”며 “금융허브는 제도 변화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돌파구를 금융 컨버전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과 인터넷을 결합할 수 있는 역량에서는 우리가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금융 인맥(인재)과 정보(네트워크) 싸움에는 선진국에 뒤처져 있지만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망, 첨단 모바일 및 보안기술 등 인터넷 은행에 필요한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5월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광대역망은 15.92점으로 프랑스(11.59점), 스위스(10.78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은행의 고급 서비스와 인터넷 금융을 결합하면 금융허브 구축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금융시장도 선진국 각축장
ING, 편의성 무기로 매년150%성장 日세븐뱅크는 결제서비스 틈새 공략
韓, 인터넷銀내년도입 출발 늦지만 보안 인프라 구축·규제완화땐 승산
ING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인터넷 은행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금융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계 보험회사인 ING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지난 1997년부터 캐나다를 시작으로 꾸준히 국가별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ㆍ영국ㆍ호주ㆍ프랑스 등 세계 10개국에 인터넷 은행을 두고 활발히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신용카드 전문 인터넷 은행인 에그뱅크를 인수했고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은 7월 통신회사인 KDDI와 합작해 인터넷 은행을 설립했다. 선진국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금융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내년부터 인터넷 은행을 도입하므로 출발이 늦은 셈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만큼 규제가 적정 수준으로 완화되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도 금융그룹과 틈새 그룹으로 재편=앞으로 세계 사이버 금융시장에서는 온라인의 편의성과 오프라인의 감성적 기능을 적절히 배합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은행인 ING다이렉트는 고금리 예금, 저가의 수수료 등을 바탕으로 저축예금ㆍ모기지 상품 등을 판매하며 매년 150%나 성장했다. 이에 따라 2007년 말 현재 자산이 799억달러에 달한다. ING는 인터넷으로 24시간 금융거래가 가능케 하는 것은 물론 대면 접촉을 통한 신뢰 확보를 위해 기존 지점 대신 카페를 열어 금융상품 상담 등의 기능을 맡기고 있다. 반면 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이토요카도 등이 설립한 인터넷 은행인 세븐뱅크는 24시간 입출금과 자금이체, 보험료 납부 등 결제서비스 위주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케이스다. 일본텔레콤 등이 대주주인 e뱅크는 소액결제, 모바일 뱅킹에 특화한 영업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예금ㆍ환전 등 단순업무 위주의 온라인 서비스와 자산관리 상담 등 오프라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선도 금융회사들이 사이버 금융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소액 지급결제 등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순수 인터넷 금융회사들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 인프라 구축 및 규제완화 시급=인터넷 은행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인터넷 보안 인프라 구축과 함께 금산분리 완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은행은 기본적으로 고객과 만나지 않고 거래한다.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 만나기 때문에 신뢰는 필수다. 물샐틈없는 보안 인프라를 갖추지 않으면 거래에 대한 신뢰, 나아가 전자금융은 금세 무너지고 만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 환경에 버금가는 보안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본인확인을 위해 직접 고객을 만나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금융실명제도 걸림돌이다.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상에서 홍채ㆍ지문 인식 등을 통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앞서 세계 금융보안 표준으로 추진되고 있는 IC카드 기반의 보안 솔루션으로 인터넷상에서 실명확인을 거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연기금은 물론 산업자본이 인터넷 은행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도 정부의 과제로 꼽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