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금수급 시기 연장의 전제(사설)

국민연금기금이 오는 2033년이면 바닥나게 되리라는 우려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놓고 해법찾기에 골머리를 싸매왔다. 민간에서도 가세, 지난달에는 한국노총과 경총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국민연금 개선에 관한 정책토론회까지 열 정도였다. 근로자의 노후를 지켜주는 유일한 대책인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하다.그런데 정부는 최근 가장 간편한 해결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60세로 돼 있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고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한편 연금지급액을 하향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 검표원·주차장관리인 등 40종으로 제한돼 있는 고령자 적합직종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은 문제점 투성이다. 연금지급시기 조정은 정년과 연관되어 있어 쉽지 않고 기가입자와의 형평성도 제기될 만하다. 우선 정년을 올린다는 것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다. 국가공무원은 국민연금의 수급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하고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가 정년연장 지시를 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경기불황으로 기업마다 감량체제로 가는 판국이다. 경기가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령자 기피 추세는 여전할 것이다. 정년연장은 또 그만큼 신규채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정부가 방침으로 정식 확정할 경우 민간기업들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연금은 현재 월소득의 6%(기업 2%, 개인 2%, 퇴직전환금 2%)를 내게 돼 있다. 내년부터는 9%로 인상된다. 조성돼 있는 연금은 지난 5월말 현재 27조8천2백86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3조9천5백64억원이 지출 돼 23조8천7백22억원이 적립돼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67.4%를 공공부문의 명목으로 차입해 갔으며 29.4%는 금융부문에, 나머지 3.2%는 복지부문에 각각 투자돼 있다. 국민연금의 부실화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쓰고 있는 연금의 이자는 연 10.3%로 금융부문의 11.9%보다 낮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에 비해 공공투자비율이 너무 높다. 공무원연금은 34.4%이며 사학연금은 11.3%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부실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다. 정부는 또 단계적인 보험료율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선진국의 예에서 보더라도 요율이 낮은 것임은 틀림없다. 연금 개시연령도 60세에서 차츰 올라가고 있다. 정부안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연금 운용의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차입금 규모를 대폭 낮춰야 한다. 이자율도 금융부문의 수준은 돼야 한다. 운용도 정부에서만 주도할 것이 아니라 민간도 참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도 적자가 발생한다면 정부안을 검토해볼 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