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항공 조림기술(해외과학가 산책)

올해 식목일에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나무를 심는 기술이 이야기 거리가 될 것이다. 나무를 심는데 인공위성과 비행기가 동원되고 공기역학적인 설계와 전자조준시스템이 필요하다면 아무도 「기상천외」라는 표현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미국의 항공기술자 모쉐 알라마로는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한 끝에, 마치 폭격기가 적지에 폭탄을 줄줄이 갖다 뿌리듯 비행기가 황무지에 나무를 떨어뜨려 심는 황당무계한 「항공조림방법」을 고안해냈다. 구덩이를 파고 씨를 뿌리거나 묘목을 옮겨 심은 뒤 때때로 물을 주고 돌봐야 하는, 품이 많이 드는 수공업식 식목이 아니라 넓은 농장에서 자란 묘목을 비행기에 싣고 황무지에 가서 떨어뜨려 심는 대량 조림이다. 그야말로 쌈박한 방법이다. 묘목이 아니라 씨를 비행기에서 흩뿌리는 방법은 1927년께 하와이에서 처음 실험됐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나무를 심기보다 들쥐들의 배만 불려줌으로써 생태계에 이상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는 더이상 계속되지 못했다. 또 씨에 아예 쥐약을 묻혀 뿌리면 씨가 싹을 피워 자랄 수 있는 확률도 높고 쥐도 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주장도 등장했지만 이 방법 역시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퇴짜를 맞았다. 이어 1∼2년 된 묘목을 비행기에서 적당한 간격으로 투하하는 방법도 제기됐지만 당시 물체를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뜨리는 기술이 없었고, 나무가 땅에 박힐 때 뿌리를 크게 다쳐 살아남을 확률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알라마로는 미국의 군사 항공기술 전문가인 제임스 케인을 포섭, 자연적으로 썩어 없어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분에 1∼2년생 모목을 담아 하늘에서 투하하여 산림을 만드는 항공 조림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그는 풍동실험을 통해 공기역학적으로 세련된 모양의 화분 20종을 설계하고 이를 5개씩 모두 1백개 떨어뜨려 낙하 상태를 분석하고 땅에 떨어져 박히는 형태와 분포를 연구하며 화분의 생분해성까지 관찰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비행기와 바람의 속도와 방향, 화분의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목표물을 정확하게 명중시키는 폭격기의 전자조준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을 동원한다. 여기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확인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까지 가세하면 명중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들 기술은 대부분 이미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에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떨어진 나무 가운데 70% 정도가 살아남는다고 보면 묘목 하나에 1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하며 궁극적으로 묘목하나에 10∼20센트 선에서 조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에 필요한 기술은 거의 대부분 군사기술로, 군사기술을 평화적인 목적, 특히 지구 차원에서 지구 온난화에 공동 대처하자는 그의 세계인류주의적인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알라마로는 최근 태양전지로 움직이며 30km 상공의 하늘을 정기적으로 떠도는 비행선을 개발하고 있는 일본 통산성에 후원을 요청했다. 이 비행선에 정밀 카메라를 싣고 2년 정도 지구 전역을 돌며 나무를 심어야 할 후보지역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알라마로는 현재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일본, 중동, 남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후원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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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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