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호림박물관 10월말까지 '선과 면의 만남, 편병' 전

평평한듯 둥그런듯 오묘한 조화의 미학

일반 도자기와 달리 양면 평평하게 제작

분청사기부터 백자·흑자편병까지 선보여

연꽃·물고기 등 문양으로 멋스러움 더해

백자 청화산수초충문 양이편병

백자 편병

흑자 음각용문 편병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

몸체 양쪽 면을 납작하게 만든 편병(扁甁)은 조선 초기 분청사기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보통 도자기는 물레 위에 흙 반죽(태토)을 올려놓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모양을 잡지만, 편병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쉬운 길은 2개의 접시 형태를 붙이는 방식인데, 아래위로 붙이는 달항아리와 달리 굽는 과정에서 터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통상 쓰인 게 일반 도자기 형태를 만든 후 양면을 두드려 납작하게 만드는 것. 현재 남아있는 청자나 분청사기 편병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백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흙 반죽 특성상 두드려 만들기 어려워, 가로로 눕힌 형태로 물레에서 돌려가며 형태를 만들었다. 만들기 번거롭다 보니 편병은 남아있는 숫자가 많지 않다. 더구나 문화재급의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는 더 드물다.


호림박물관이 올해 2번째 기획전 주제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편병으로 서울 신사동 신사분관에서 '선과 면의 만남, 편병'이라는 제목으로 10월 말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편평한 면과 면이 만나 도자기 표면에 선이 살아나고, 그 선이 다시 면과 만나는 조화를 보여주는 편병 특별전이다. 전시는 시간 순서를 따라 1관에는 조선 초기 유행한 분청사기 편병, 2관에는 왕실 전용 도자기로 출발하게 되는 백자와 흑자 편병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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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관 총 26점의 전시품 중 역시 가장 볼만한 것은 호림박물관의 첫 국보 제정 유물이기도 한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국보 179호).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배가 부른 형태의 이 분청사기의 양쪽 평평한 면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연못 가득 핀 연꽃과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측면은 3단으로 나눠 연꽃과 줄기를 그려넣었다. 분청사기 편병에 무늬를 새겨넣는 방식은 앞서의 '박지' '조화' 방식이 대부분, 도자기 표면을 파내고 그 자리에 백토를 채워넣은 '상감' 기법은 드물다. 돼지나 말 꼬리를 짧게 잘라 도자기 전체에 백토를 칠한 '귀얄'이나 아예 유약에 푹 담가버린 '덤벙' 편병의 자유분방함도 볼거리다.

문양은 보통 모란이나 연꽃이다. 앞서 나온 물고기 문양은 굉장히 귀하다. 서지민 학예연구사는 "편병 자체가 남아있는 수량이 많지 않고, 출세를 상징하는 물고기가 그려진 것은 이번에 구입한 것까지 2점"이라며 "보통 그려진 물고기 한 마리마다 4,000만~5,000만 원의 가치라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2관에 전시된 백자 편병은 대부분 경기도 광주의 관요에서 제작된 것이다. 초기에는 상감기법으로 무늬를 넣거나 민무늬로 제작됐고, 중기를 넘어서며 산화철 성분을 넣은 유약으로 무늬를 그려넣은 '철화' 백자 편병이 등장한다. 무늬 없는 '백자 편병'과 산수화·초충도를 채워넣은 '백자 청화산수초충문 양이편병'이 모두 강한 매력을 뿜어낸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02)541-3523.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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