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일] 판도라 상자 여는 것은 금물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반년이 조금 넘은 지난 6월 말 두 정상은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일부 내용을 재조정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협정문에 정식 서명한 지 정확히 3년. 먼지만 풀풀 쌓여가던 한미 FTA에 희미하게나마 서광이 비쳐서일까. 우리 정부는 다소 희망적인 모습이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11월까지 실무협의를 마무리 지을 것을 지시하고 미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것 등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냉정히 들여다보면 아직 실체는 아무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이후로 아직 미국은 우리에게 어떠한 요구를 구체적으로 해온 것이 없다. 미 상하원 의원들이 '자동차 부문의 불공정 무역' '국내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양쪽의 카드는 테이블에 덮여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일부에서는 향후 한미 FTA가 어떠한 방향으로 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칫 미국이 자동차ㆍ쇠고기 문제에 대해 우리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경우 모든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유념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가 무엇이건 우리가 다른 사안을 꺼내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칫 재협상 분위기로 흘러 치열한 협상 끝에 맺었던 협정 자체가 헝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격이어서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어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고기 역시 한미 FTA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와 미국 모두 '촛불'의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을 테고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 미국산 소고기는 신뢰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다. 남은 시간은 약 4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에 정부가 정한 협상의 기본 원칙을 절대로 깨는 일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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