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아름다운 동행'의 메아리

대기업의 하도급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이 지난 4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대·중소기업간 아름다운 동행을 촉진하기 위한 관련 법률과 제도가 마련된 지 꼭 1년 만에 대폭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대·중소기업간 납품거래 과정에서 대기업의 협력기업에 대한 임의적 기술자료 요구행위가 추가 금지되고 기술임치제도(Escrow)가 실시되며 상습적인 불공정기업에 대해서는 공공입찰 참가 제한과 더불어 교육명령제도가 도입되는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중소기업 경영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중소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1.9%가 아직도 상생협력의 효과가 미흡하다고 여기고 있고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30% 이상의 협력기업들은 모기업으로부터 유·무형의 불공정행위를 경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구체화된 상생협력사업 이전에 대기업과 협력기업간에 신뢰가 구축될 수 있는 실질적 여건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기업경쟁력의 척도가 개별기업 차원에서 기업간 네트워크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급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 현실에서 호혜적 대·중소기업 협력관계 정립은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그간 정부의 정책적 노력 등에 힘입어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장기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고 상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상생협력의 범위와 수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의 범위가 대금결제 등 자금 일변도에서 기술ㆍ인력ㆍ판로 등 소프트 자원으로 확산되고 있고 업종도 제조업 위주에서 유통ㆍ에너지ㆍ건설 등 여타 업종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기업이 1차 협력기업에서 2ㆍ3차 협력중소기업간으로 참여도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다만 지금의 성과가 시장에서의 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몇 가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선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협력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아직도 납품거래 과정에서 근절되지 않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예방이 그것이다. 정부는 수·위탁거래 실태조사를 강화해 법령위반기업은 공공입찰 참가 제한, 각종 정부지원시 불이익 부여 등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지만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로 기업간 협력이 기업의 필요에 의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인프라를 지속 확충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전자발주 정보를 기반으로 한 납품대금 지원을 2ㆍ3차 협력기업으로 확대하고 대기업과 협력기업간 납품거래 알선을 위해 온ㆍ오프라인 매칭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좋은 시도로 평가된다. 끝으로 기업간 협력은 공정한 룰을 제공하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경제는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참여자(금융기관ㆍ소비자 등)의 관심이 모아져야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은행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확대하고 대출수익금의 일부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공익기금으로 출연, 협력사업에 재투자하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으로부터 5억3,000만년 전의 공룡과 곤충의 생존경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새기게 해준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공룡과 미약한 존재인 곤충 중에 현재까지 생존하는 것은 공룡이 아닌 곤충인데 그 이유는 바로 곤충들이 자신들의 먹이 기반인 현화식물(顯花植物)을 대상으로 꿀과 꽃가루를 매개한 협력으로 상생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우리 앞에 ‘네트워크화’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간 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는 이제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선도자가 되고 대기업ㆍ중소기업ㆍ금융기관 등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메아리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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