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서도 어음할인 시도한보철강은 지난해 하반기 자금압박을 느끼면서 계열·출자금융기관이나 사채시장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자금동원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의 부채규모는 채권금융기관이 현재 파악하고 있는 약 4조9천억원의 공식적인 금액을 초과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2금융권과 사채업계에서는 사건이 진행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새로운 부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보철강이 사채시장을 불문하고 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금융계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에서 발생한 한보철강의 불법·편법 자금동원 방법을 소개한다.
◇상호신용금고=현재 채권금융단에서 파악하고 있는 동아(8억원), 신세계(5억원), 한신금고(5천만원)의 여신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보철강은 계열사인 한보금고로부터의 자금동원이 여의치않자 한보금고의 자금을 예치하는 방법으로 다른 금고에서도 대출을 받아왔다. 또 한보그룹 관련 개인예금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법도 이용했다.
한보철강은 계열사와 거래하고 있는 금고에 그룹관련 어음을 간간이 끼워넣는 방법을 이용해 자금을 동원했다. 한보철강 계열사인 상아제약과 거래하던 한 금고는 초기에는 약국어음을 할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광고비, 물품대금 등 그룹관련 어음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스사=한보철강은 출자회사인 AM파이낸스에서 융통어음을 할인해 45억원을 조달했다. 파이낸스사는 진성어음만을 할인할 수 있지만 한보철강은 50억원을 출자한 주주회사의 지위를 이용, 운전자금을 조달해왔다.
파이낸스사들은 진성어음을 할인했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의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이 가시화되면 피해가 미미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융통어음(가짜 세금계산서 첨부) 보유부문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고 있다.
◇사채시장=융통어음을 할인하는데 가장 용이한 곳이 사채시장이다. 대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내용도 나타나지 않는다.
사채업자들은 한보철강이 할인한 융통어음을 파이낸스사나 지방소재 금고 등에 재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스나 금고들이 진성어음이라고 믿고 있는 어음들이 대부분 사채시장을 통해 흘러나온 융통어음일 소지가 많다.
한보철강은 정보에 민감한 명동 사채업자들이 융통어음 할인을 자제하자 용산전자상가에까지 가서 어음할인을 시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이기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