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그룹시대 막 올랐다
금융대변혁 [Ⅱ] 겸업.대형화해야 생존… 덩치키우기 바람
>>관련기사
'소수의 거대 금융그룹이 시장을 지배한다'
언뜻 들으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처럼 들리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 같은 시장원리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최강자로 공인 받고 있는 세계적인 금융그룹들 조차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무서운 강자가 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인수ㆍ합병 등에 나서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약자들은 힘없이 도태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국내은행들 역시 이 같은 세계적 합종연횡의 열풍을 바라보면서 이대로 안주하다가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안주하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
그동안 국내 은행시장을 주도해 왔던 대형 시중은행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여신의 부실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소매금융을 위주로 했던 국민ㆍ주택은행이 일약 선도은행으로 부상했고, 신한ㆍ한미ㆍ하나 등 후발은행들도 소수정예의 영업전략을 발판 삼아 우량은행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들 우량은행들 역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더 이상 우량은행으로 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화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국민ㆍ주택은행이 합병을 통해 세계 60위권의 초대형 은행으로 새출발 하기로 한 것과, 신한은행이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공식화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부에 의해 사실상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강요 받았던 대형 시중은행들 역시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발판 삼아 경영이 호전되면서 금융지주사 설립이나 합병 등 새로운 진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종금사 등 비은행권 금융회사들 역시 올들어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합병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금융전문그룹' 시대 막올라
올 해 국내 금융산업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금융지주회사 출범. 지난해 말 금융지주회사 법이 정식으로 발효된 이후 올들어 정부주도로 한빛은행을 주축으로 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출범했고, 최근에는 신한은행이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민간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키기로 해 금융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경우 3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90조원을 넘어 세계 90위권에 랭크됐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게다가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덕분에 이미 부실을 상당부분 털어내 자회사 통합 등 기능재편만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사 역시 신한은행은 물론 증권과 투신운용, 캐피탈 등 기존의 4개 계열사와 e- 신한, 신한 맥쿼리 금융자문사 등 6개의 자회사를 포괄하는 대형 금융그룹으로 출발하면서 국내 금융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른바 금융전문그룹으로 표현되는 금융지주회사는 각 계열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는 이 같은 원스톱 금융서비스 체제 구축 외에도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기업문화나 노동환경이 다른 금융회사를 지주사 방식으로 묶어 다양한 형태의 금융그룹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더 나아가 금융지주회사가 국내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미국처럼 다른 지주회사들까지 대형합병도 가능해진다.
◇합병 통한 '대형화'바람도 거세
국내 최대의 소매금융 은행 끼리 뭉친 국민-주택 합병은행도 국내 은행산업의 판도를 뒤바꿀만한 초대형 변수다.
합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만 162조원으로 세계 60위권에 해당하는 세계적 대형은행으로 새출발하게 된다.
게다가 두 은행은 이미 주택금융을 비롯한 개인금융 영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벌써부터 다른 은행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조흥, 외환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잇따른 금융지주사 및 합병은행 출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독자생존 기반만 완전히 조성된다면 언제든 적당한 파트너를 찾아 지주사 설립이나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종금사나 신용금고 등 2금융권도 마찬가지. 동양종금과 울산현대종금이 올들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데 이어 지난 6월 말에는 또다시 리젠트종금까지 합병파트너로 끌어 들여 국내 최대의 종금사로 거듭났다.
동양현대종금은 총자산 2조8,000억원, 자본금 3,900억원대의 외형과 10개의 전국 영업망을 갖추고 투자은행으로의 본격적인 변신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급격한 예금인출 사태 여파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열풍에 휩싸였던 신용금고들도 신용도 회복 및 영업망 확충 등을 위해 서울과 지방금고, 또는 같은 지역내 금고들간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