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하며 중국도 환율전쟁의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QE) 발표로 유로화 가치가 달러 대비 11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전일 인민은행은 위안ㆍ달러 환율을 6.1384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 거래일인 지난 23일의 6.1342위안보다 위안화 가치를 0.07% 떨어뜨린 것이다. 하지만 27일 고시환율은 6.1364위안으로 전일보다 가치를 0.03% 높였다. WSJ는 인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가 ECB의 QE 결정으로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최근 11년 사이 최저치로 주저앉은 것과 때를 같이한다며 인민은행이 가치하락은 일정 정도 용인하되 환율밴드는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위안화 환율은 ECB의 QE 결정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날 위안화 환율은 인민은행의 개입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추세를 완전히 돌리지는 못했다. 고시환율 대비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6.2569위안으로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26일의 경우 고시환율 대비 1.86% 올라갔다. 이는 지난해 3월 하루 환율 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한 후 가장 큰 폭의 변동이다. 류리강 ANZ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급격한 자금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민은행이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을 경계하고 개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31억달러(약 24조9,942억원)의 외환을 순매도하고 위안화를 사들여 자본유출로 인한 환율변동을 방어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인민은행의 환율시장 개입도 눈에 띄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ECB의 양적완화 이후 환율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루정웨이 흥업증권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양적완화 조치와 그리스의 불확실성으로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서 강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반면 중국에서는 인민은행이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꾸준히 위안화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돼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위안화 약세는 지나치지만 않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일단 성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WSJ는 최근 이뤄진 인민은행의 조치가 지난해와 같은 은밀한 조치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위안화 절하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이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폭을 더 확대(±3%)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