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미세먼지 농도는 100㎍/㎥ 이하에 머물지만 황사가 불어오는 2~3일간은 2,000㎍/㎥ 이상으로 치솟기도 한다. 황사의 강도는 실시간 변하는 미세먼지 농도로 확인한다.
그런데 이 수치를 모두 더해 평균을 내면 어떻게 될까. 아마 먼 훗날 후손들이 이 평균치만을 본다면 황사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물론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 황사를 비롯한 미세먼지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지역별로 1시간 단위로 측정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온갖 기상 상황을 시시각각 관측하고 공개하고 있는 지금, 산성비만은 예외다. 두 달이나 지나 그것도 평균치만 겨우 공개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전국 40개 관측지점에서 빗물을 모으고 연구기관에 보내 산출한 수치를 '월보'와 '연보'형태로 발간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지금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9월까지의 자료뿐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가 온 뒤 두 달 열흘 후에 지난달 내린 비의 산도를 알게 된다는 말이다.
이마저도 평균치다. 어느 하루 강한 산성비가 왔다고 하더라도 얼마 후 정상비가 내렸다면 당연히 산도는 떨어지게 된다.
환경과학원 관계자와 통화를 했더니 비가 내릴 때마다 산도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대국민 공개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미세먼지와 달리 산도가 1~2 변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말도 했다.
한 기상 분야 연구자에게 보여줬다. '수치가 정말 많이 낮아졌네'라는 말을 연신 되풀이하던 그는 "평균치는 연구자료로서 의미가 없다"며 "에피소드가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산성비가 황사처럼 어느 날 치솟았다가 뚝 떨어지는 현상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서 황사만큼이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화요일에도 서울엔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