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역 건설업체가 흔들린다

지난해 세창건설로부터 시작된 중견건설사의 부도사태가 올해에도 신일ㆍ세종ㆍ동도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1ㆍ2군 건설사 3곳이 동시에 부도를 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충남의 KT건설, 전남의 거림건설, 인천의 효명건설 등은 제법 규모를 갖추고 활발한 생산활동을 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기업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건설부문의 부진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연쇄도산이 우리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어려움을 가져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업체들이 이러한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한때 주택을 짓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 있었고, 입지나 금융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에 뛰어들어도 별로 손해볼 일이 없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규제는 시장여건을 180도 바꿔 놓았다. 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의 강화, 금융대출 조건의 엄격화, 주택 전매에 대한 제약, 원가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등은 전국의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0만호를 넘어서고 있으며 신규 분양주택의 계약률은 10% 대에서 맴돌고 있다. 분양가 할인, 무이자 대출, 중형차와 해외여행과 같은 경품 등을 제시하며 물량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고 한다. 심지어 ‘깡통 아파트’, ‘땡처리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기왕에 확보한 택지의 기회비용 때문에 밀려서 공급될 아파트도 적지 않다는 전망인데, 부동산 시장의 앞날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의 분양실적에서 보았듯이 수도권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강남 한복판의 아파트도 잔금을 치루지 못한 이유로 실제 입주율이 저조하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새삼 가늠하게 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은 제대로 된 PF를 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PF는 금융기관이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고 대출하고 그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는 기법인데 한국에서는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변형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이 잘 굴러갈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에 큰 재앙으로 다가온다. 금융기관이 사업성을 충분히 검증해 올바른 PF를 했다면 프로젝트에 국한될 피해가 모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무보다 재산이 많은 상태에서 현금 유동성 때문에 흑자도산을 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여파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만약 부동산 시장에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설산업 발 금융위기도 우려된다. 왜 이렇게까지 됐나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경제적 징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급한 대로 우선 자금이 돌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의 해제로 전매제한을 풀고 동시에 투기지역도 해제해 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혁신도시와 같은 대형 국책사업에 건실한 지역 건설업체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외에도 올해 안으로 세제ㆍ금융ㆍ제도를 포괄하는 종합대책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실기 해 불씨를 꺼뜨리면 경기를 되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금융부문은 PF에서 시공사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을 철폐해야 하며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 PF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건설업체들도 사업확장 보다 금융 리스크와 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쓰고 개발사업과 수주사업의 균형을 맞추는 사업다각화에 노력해야 한다. 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는 경제주체는 상응하는 시장의 징계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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